[앵커멘트]

필리핀에서는 열흘 넘게 폭우가 쏟아지면서 수도 마닐라가 절반 이상 물에 잠겼습니다.

홍수피해로 몸살을 앓았던 북한, 이번엔 폭우 뒤 찾아온 더위가 만만치 않습니다.

박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열흘 넘게 쏟아진 폭우로 도시 60%가 물에 잠겨버린 수도 마닐라,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길을 가르며 헤엄치듯 걸어서 피난길에 올랐습니다.

9호 태풍 사올라에 이어 11호 태풍 하이쿠이까지 강타한 필리핀, 지난달 말 이후 70여 명이 폭우로 목숨을 잃었고, 백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대규모 침수와 산사태, 감전사고가 잇따랐습니다.

마닐라에서만 수백 명의 인명피해를 낸 지난 2009년 대홍수 이후 최악의 재난입니다.

[인터뷰:필리핀 마닐라 시민]
"긴장되고 두렵고 무섭습니다. 자고 일어났더니 홍수에 휩쓸려서 바다 위에 둥둥 떠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빽빽하게 들어찬 임시 대피소는 이제 더이상 발 디딜 틈도 없습니다.

턱없이 모자란 구호품, 먹고 사는 게 말 그대로 전쟁입니다.

[인터뷰:필리핀 마닐라 시민]
"이렇게 비에 쫄딱 젖은 채로 견디는 건 정말 힘이 듭니다. 게다가 이재민들이 너무 많아 구호품을 받는 것도 전쟁입니다."

태풍 하이쿠이가 상륙한 중국에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수십만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고, 시속 110km 가 넘는 강풍이 몰아치면서 항공기 이착륙도 금지됐습니다.

6월 말부터 시작된 홍수로 수백 명의 사망, 실종자가 발생한 북한, 폭우가 지나간 뒤 이번엔 폭염이 찾아왔습니다.

평양 시내의 빙수 가게는 더위를 식히려는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인터뷰:평양 시내 빙수 판매상]
"날씨가 무더워짐에 따라 우리 빙수 매대를 찾는 손님들이 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남한에선 열대야가 열흘을 넘어 최장 기록을 경신하는 사이, 한반도 북쪽도 사상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폭염에 몸살을 앓았습니다.

YTN 박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