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쑥대밭 필리핀 마을 복구작업 '비지땀'
지난달 집중호우로 인명·재산피해 속출…우기라 복구 더뎌
기아대책, 수해복구·아동관리에 팔 걷어붙여
(몬탈반 < 필리핀 > =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지난 8월초 필리핀에 태풍이 잇달아 불어닥치고 열흘 넘게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인구 1천200만명인 수도 마닐라의 80%가 물에 잠기고 사망자가 100명, 이재민이 345만명에 이를 정도로 피해는 어마어마했다.
필리핀을 지나는 태풍은 한해 평균 25개. 게다가 8~9월은 우기여서 태풍이 아니어도 하루에 30분~1시간씩 장대비가 내린다. 복구가 더딜 수밖에 없다.
집중호우 피해가 생긴 지 40일가량 지난 19일(현지시간) 마닐라는 외관상 정상적인 도시 기능을 되찾은 듯했다.
문제는 빈민 거주지인 마닐라 외곽 지역. 마닐라에서 동북쪽으로 42㎞ 떨어진 도시로, 강제 이주민이 몰려 있는 몬탈반시의 주민들은 여전히 폐허가 된 마을과 집을 손보는 일에 한창이었다.
마을 어귀에는 예닐곱 살쯤 돼 보이는 남자 아이들이 동전 몇 개를 넣은 페트병을 흔들며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다. 집중호우로 도로에 팬 홈에 흙을 부은 대가로 운전자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인구 3만5천명의 카시글라한 마을에는 마치 공사 현장처럼 큰 흙더미가 군데군데 쌓여 있었다. 가옥으로 들이닥친 토사를 퍼내 쌓아 올린 것이다. 마을 남자들은 웃통을 벗은 채 삽으로 흙을 퍼 나르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정부의 이주 정책으로 만들어진 같은 모양의 1층짜리 주택은 홍수로 살림살이가 전부 쓸려나가거나 못 쓰게 되면서 집안이 텅 비어 있었다.
키가 150㎝ 정도인 주민 버지니아 발렌시아(55·여)씨는 '비가 어디까지 차올랐느냐'는 질문에 까치발을 하고 천장 가까운 곳을 가리켰다.
지난달 7일 집중호우 때 개천의 수위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면서 마을을 덮치는 바람에 대피했는데, 며칠 뒤 돌아와 보니 집안이 쑥대밭이 돼 있었다고 한다. 천장 가까운 벽면에는 물이 차올랐던 흔적이 선명했다.
태어난 지 5개월 된 아기를 안고 있던 버지니아 씨의 딸 에빌린(23)씨는 "딸 출생신고 서류까지 없어졌다. 재발급할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며 발을 동동 굴렀다.
현지 통역사를 통한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회장 정정섭) 관계자들의 질문에 주민들은 유독 '왈라'(wala)라는 대답을 많이 했다. '왈라'는 타갈로그어(필리핀 공용어)로 '없다'를 뜻한다.
"한 달 수입은 얼마인가" "왈라"
"오늘 저녁에 먹을 건 있나" "왈라"
"직업은 뭔가" "왈라"
카시글라한 마을의 동장격인 에피파니오 카솔리타(42)씨는 "지난달 홍수 때 둑이 파손돼 새 둑을 만들고 있지만 계약 과정에서 건설업체들이 공사 대금을 떼어먹어 부실공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다음 집중호우 때 둑이 또다시 무너질 우려가 있다"고 걱정했다.
기아대책은 이 지역 피해 복구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포스코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의 후원을 받아 구호물품을 전달하고 공용화장실을 지었으며 전기가 끊긴 가정에 무료 충전 서비스도 제공했다.
기아대책은 몬탈반에 CDP(Child Development Program·어린이 개발 사업)센터도 세워 이 지역 어린이 480여명을 돌보고 있다.
이인로(56) 기아봉사단원은 "다행히 이곳 사람들은 긍정적이어서 이렇게 큰 수해를 입고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며 "수해 복구에 최선을 다해 주민들이 이른 시일 내에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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