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늦은 귀가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있었던 일이다.

 

1층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먼저 기다리던 20대 중반의 필리핀 남자가 있다.

그의 앞에 두상자의 포멜로가 놓여져 있었다.

음... 포멜로 ... 과일을 징글맞게 먹지않는 피부 푸석푸석한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과일이다.

 

" 얼마주고 샀어?"

내가 물어본다.

" 키로에 40페소. 다바오에서 사온거야. 여긴아마 100페소 넘을껄?"

친절히 답해 준다.

" 내가 사고싶은데 한개만 사도 되?"

" 무슨 소리,,, 한개 그냥 가져"

" 아냐 진짜로 살게... 한개만"

극구 사양하고 내손에 한개를 쥐어준다.

고맙다구 인사하고 집에서 까먹을 생각에 벌써 흐믓하다.

오래 살면서 필리핀 사람들의 어느정도 성향은 안다. 외국인에 대한 호의.

이런 경우 정말로 돈을 받지 않는다.

 

손에 들고 있는 한국마트에 들러서 산 물건을 생각해 본다.

소주에 타 마실려고 산 큰 홍초 한병, 세일 품목이라는 진간장, 염색약.,담배...

에이 도무지 뭐 하나 내밀만한 것이 없다.

그 흔한 라면이라도 몇봉지 샀으면...

 

" 이거 코리안 누들이야. 먹어봐. 쫌 매워.."

" 응 나도 이미 먹어봤어.. 나 이거 좋아해 .."

뭐 이런 대화가 오갔을거 아닌가...

머릿속으로 이런생각을 하며 기다리던 엘리베이터가 오던 차에 난 힘겹게 두박스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그를 도울까 하며 쳐다보는 순간

완전히 90도로 돌아가 있는 그의 두발을 봤다

그는 두발이 앞을 향한게 아니라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걸음이 어색할 만큼 많은 티는 나지 않지만 포메로 두박스를 가뿐하게 들고 다닐만큼 

편한몸은 아니었다.

 

바보.멍충이.

그까짓게 뭐라구. 시장갈때 하나 넣어오든가 . 그것두 아님 . 안먹으면 그만인걸

힘들게 어려운 몸으로 다바오에서 부터 들고온 그거 하나 뺏어서 흐믓해 하는 꼴이라니...

 

엘리베이터 문은 그렇게 닫혔다. 고맙다는 말은 연신 했지만 짠한 마음은 지울수가 없다.

앞으로 내 가방안엔 자일리톨이나 쵸코파이 ... 또 뭐가 있을까 ? 

한국적이면서 항상 지니고 다닐수 있는 물건들...

언제 또 마주칠지 모를 그를 위해 준비해 다니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