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에 이슬람 자치지역 신설…40년 분쟁 `종지부'

이슬람 자치정부에 과세권 등 인정..단계적 무장해제 추진

(하노이=연합뉴스) 김권용 특파원 = 필리핀 정부와 필리핀 최대 이슬람 반군단체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이 15일 역사적인 평화협정에 서명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양측은 이날 낮 수도 마닐라 대통령궁에서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과 MILF 지도자 무라드 에브라힘이 참석한 가운데 분쟁 종식과 이슬람 자치지역 신설을 골자로 하는 `기본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특히 양측의 평화협상을 중재해온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 역시 서명식에 직접 참석, 그간 내전으로 황폐화된 필리핀 남부의 복구작업을 적극 지원할 방침임을 천명했다. 필리핀 정부와 MILF는 지난 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분쟁 종식에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은 그동안 무려 17만명의 희생자를 낸 40년 분쟁에 종지부를 찍고 남부에 이슬람 자치지역인 방사모르주를 설치하기로 했다. 방사모르주는 전체 국토의 약 10%에 달하는 거대 이슬람 자치지역으로 과세권 등 상당수준의 자치권이 인정된다.

아키노 대통령은 평화협정 서명과 관련해 "마침내 진정하고도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됐다"고 적잖은 의미를 부여했다.

반군 지도자 에브라힘도 "우리는 아키노 대통령과 필리핀 국민들에게 우호와 협력의 손길을 내밀었다"며 무장항쟁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

반군은 이번 협정으로 거점인 남부 민다나오 섬에 독립국가를 건설하는 대신에 방사모르 자치지역에서 상당 수준의 자치권과 경제적 권리를 인정받게 됐다. 방사모르에는 남부 5개주와 2개 도시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 방사모르주가 신설되더라도 해당지역의 국방·안보·외교·통화정책은 여전히 필리핀 정부가 관장하게 된다.

양측은 이를 위해 우선 `15인 과도위원회'를 설치, 예비협정의 세부 내용을 마련하는 한편 2년 후에 방사모로주를 공식 신설하기 위한 관련법 제정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MILF는 1만2천명의 병력을 단계적으로 무장해제하는 절차를 밟기로 하는 한편 자치지역 신설과 관련해 필리핀 정부에 헌법 개정도 주문했다.

최종 협정은 의회 비준과 국민투표를 거쳐 아키노 대통령의 6년 임기가 끝나는 2016년 중반 이전에 공식 발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말레이시아는 양측의 분쟁종식 합의를 중재한 데 이어 그간 내전으로 황폐화된 필리핀 남부의 경제발전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아키노 대통령과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정상회담을 연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말레이시아 정부가 남부 민다나오섬의 경제발전과 고용창출을 지원할 방침임을 확인했다"며 말레이시아와 외국 기업들에 투자를 적극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정부도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해 민다나오섬에 약 10억달러를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필리핀 투자위원회 크리스티노 판릴리요 위원장은 "향후 3년에 걸쳐 방사모로 자치지역에 속한 여러 주에 총 10억달러를 무난히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최소한 5곳의 아시아·유럽기업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약 1만2천명의 병력을 보유한 MILF는 필리핀 최대 이슬람 반군단체로 남부지역 자치권을 요구하며 1970년대 이래 40여년째 무장투쟁을 벌여 지금까지 17만여명이 숨지고 남부지역 경제에 적잖은 충격파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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