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단속 범위 명확히 밝혀라"

중국 "자유항행에 문제 없어"

(하노이·베이징=연합뉴스) 김권용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타국 선박을 단속할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을 계기로 한동안 잠잠했던 중국과 필리핀 사이의 남중국해 도서 영유권 갈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중국 하이난성 인민대표대회가 '하이난 연안 변경 치안관리 조례' 수정안을 최근 의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필리핀 정부는 우선 자세한 사실 파악에 나섰다.

라울 에르난데스 필리핀 외무부 대변인은 30일 ANS-CBN 방송과 인터뷰에서 중국 대사관을 상대로 관련 보도 내용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에르난데스 대변인은 "조례 적용 범위가 우리 영토와 부근 해역을 포함하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포함할 경우 유엔해양법협약 등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베르토 델 로사리오 필리핀 외무장관도 30일자 홍콩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회견에서 '연해 변경 치안관리 조례'에 대한 중국의 해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필리핀이 반발하자 중국은 남중국해 자유항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파장 확산 방지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이날 "중국은 각국이 국제법에 따라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갖고 있다는 점을 고도로 중요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훙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도 이 방면(자유항행)에서는 어떠한 문제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하이난성 인민대표대회(지방의회 격)는 지난 27일 '하이난성 영해'에서 외국 선박과 인원의 불법 행위를 단속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하이난 연안 변경 치안관리 조례'의 수정안을 의결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조례에 따르면 무단 영해 진입 및 정선·정박, 무단 섬 상륙, 중국의 주권 침해 선전 활동 등이 불법 행위에 해당하며 공안은 불법 선박에 대해 승선 검사, 억류, 퇴거, 항로 변경, 회항 등 조처를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내년부터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여러 나라와 영유권 분쟁이 진행 중인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南沙群島>·베트남명 쯔엉사군도),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군도<西沙群島>·베트남명 호앙사군도)에서 공격적인 단속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스프래틀리 제도는 필리핀, 베트남, 중국, 대만, 브루나이가 부분적으로 실효 지배를 하고 있고 파라셀 제도는 중국과 베트남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가운데 중국이 실효 지배 중이다. 그러나 중국은 모든 섬이 자기 나라의 영토라고 주장한다.

중국은 최근 새로 만든 전자여권 속지에 남중국해 대부분을 자국의 관할 수역으로 주장하는 이른바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nine dash line)'이 표시된 중국 전도를 배경 화면에 넣어 남중국해 분쟁의 불씨를 되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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