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병원·선의재단서 심장병 무료수술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청색증으로 푸른 빛을 띠던 아이들의 입술에 붉은색과 함께 미소가 돌아왔다.

11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7층 소아 병동에서는 선천성 심장병으로 수술받은 필리핀 아동 셋이 엄마들과 함께 오순도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며칠 전 까지만 해도 혈관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이 안 돼 푸른색이었던 아이들의 입술과 손톱에는 어느덧 혈기가 돌았다. 수술 전 생면부지였던 세 가족은 어느새 한 가족이 되어 병실은 훈훈함으로 가득찼다.

 

 

 

필리핀 극빈층에 속하는 이들은 건국대병원과 대한심장학회, 한국선의복지재단, 서희경 프로골퍼의 도움으로 치료를 위해 지난달 28일 한국땅을 밟았다.

집도는 2001년부터 매년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심장병 어린이들에게 무료수술을 해온 흉부외과 서동만 교수가 맡았다.

동갑내기인 라살렛(4·여)과 레인(4)은 아직 몸이 불편한지 엄마 손을 잡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둘 다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심장병을 진단받았지만 증세가 심해지면 보건소를 방문할 뿐 치료는 꿈도 꾸지 못했다.

심장병 때문에 제대로 먹거나 뛰어놀지 못한 이들 어린이는 한눈에 봐도 또래보다 작았다. 라살렛의 몸무게는 겨우 9kg. 4세 여아의 정상 체중의 절반 수준이다.

라살렛의 어머니 모린씨는 "우유만 마셔도 숨쉬기 힘들어하면서 토해내던 딸이 수술하고서는 식욕이 왕성해져서 좋아하는 치킨과 생선을 계속 찾는다"고 말했다.

생후 15개월인 세바스티안은 건강을 찾아 기분이 좋은지 인터뷰 내내 엄마 품속에서 바동거리며 웃었다.

어머니 클레리스씨는 "아들이 한창 걸어 다닐 나이인데도 조금만 움직이면 숨이 차 누워만 있었다"며 "집에 가면 가장 먼저 걸음마를 가르치고 싶다"고 감격해했다.

아버지가 직업이 없는 세바스티안의 가족은 비서일을 하는 클레리스씨가 버는 월 7천페소(한화 약 18만원)로 생활한다. 심장수술에 필요한 100만 페소(약 2천600만원)는 그녀가 평생 저축해도 만질 수 없는 돈이다.

필리핀에도 의료지원을 하는 단체들이 있지만, 재원이 부족하고 대기자가 너무 많아 급히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들은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다.

아픈 어린이들을 선의재단에 연결해주고 한국까지 안내한 필리핀 보건소 의사 볼리(54·여)씨는 "빈곤지역 아이들은 병원 한 번 가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해 치료는커녕 증세가 악화된다"며 "도와주신 모든 분께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레인의 어머니 레아씨는 "수술하는 동안 많이 걱정하고 울면서 중환자실 앞을 지켰는데 지금은 몸 상태가 좋아져 너무 행복하다"며 "지난 6일이 레인의 생일이었는데 이만한 생일선물이 어디 있겠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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