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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국가에 의한 납치' 처벌 법제화
 
'블랙리스트'도 금지…인권단체 "현 대통령 집권기에도 12명 실종"
 
(마닐라 AP·AFP=연합뉴스) 
 
필리핀이 반정부 인사 등에 대해 정부 당국이 자행한 납치를 법에 별도 규정해 
최고 종신형으로 처벌하기로 했다.
 
애비게일 발트 필리핀 대통령실 대변인은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이 21일(이하 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승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른바 '강제 실종'에 관한 이 법률은 치안당국이 반정부 활동가나 비판세력 등을 상대로 벌인 
납치 행위를 일반적 납치와는 별도로 규정해 다루게 된다. 위반시에는 최고 종신형에 처할 수 있다.
 
법에 따르면 공산 반군으로 추정되는 인사들의 명단인 이른바 '전투서열'은 이제까지와 달리 
더는 구금의 빌미가 될 수 없다.
 
법은 치안당국이 반(反)국가적 적대 행위자로 여겨진 인사들의 명단을 작성, 범죄 혐의가 없어도 
'무장 전투원에 준하는 합법적 표적'으로 간주하는 일을 금했다. 종전에는 명단에 오른 이들에 대해 
사살과 납치, 위협 등이 가능했다.
 
비밀 구금시설도 금지됐다. 이 같은 법률은 전시라 하더라도 효력이 중단될 수 없으며 유죄판결 이후 
사면 또한 허용되지 않는다.
 
발트 대변인은 "어떤 강제적 실종 사례든 알고 있다면 이제부터는 신고할 의무가 있다"며 "구금시설에 
수용된 인사들의 현황을 다시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리핀 활동가들의 '실종'은 독재자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1972년 계엄령을 선포한 뒤 
가파르게 증가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1986년 마르코스가 시민봉기로 축출된 이후에도 당국 측의 납치 행위가 
계속됐다고 주장해 왔다.
 
인권단체 '카라파탄'은 웹사이트에서 아키노 대통령이 지난 2010년 7월 집권한 이후 12명이 
이 같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했다. 전임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 집권기에는 200명 이상이 
실종됐다고 이들은 밝혔다.
 
필리핀 공산반군은 1960년대 후반 이후 필리핀 정부에 대해 무장 투쟁을 전개하고 있으며, 
정부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3만여 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 끔찍한 인권침해 행위에 종지부를 찍는 데 
주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2/12/23 09:4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