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ㅎㅎ 어제는 집에 네번 전화했구요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부시시한 머리로 또 전화를 합니다.

 

전화비 많이 나와 전화 끊어!

"어머니 차례 다 지내셨어요? 아버지하고 형, 막내도 자겠네요? 작은 아버진 오셨어요?"

"웅, 다들 자고 네 작은 아버지하고 외삼촌하고 이야기하고 있다."

"맨날 만나실 때 마다 뭐 그렇게 할 이야기들이 많으시대요? ㅎㅎㅎㅎ"

"응 머 사는 얘기지.. 근데 왜 또 아침부터 전화야? 전화비 많이 나온다니까... 끊어!"

"아니, 이거 스카이프로 하는 거예요, 한 달 정액제 사서 300분 다 써야해요" [  필요한 분은 링크 걸었으니 참고하세요. ]

"??? 스.. 머? 전화비 안나가?"

"예"

"그래도 끊어 전화비 나가니까..."

"ㅎㅎㅎㅎㅎ 그러면 작은 아버지 바꿔주세요."

"응.. 잠깐만..."

 

작은 아버지도 그렇게 늙었다..

"여보세요? "

"예, 작은 아버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 그래. 어디냐? 집이야?"

"예, 참 제진이 제대했다면서요? 올 3월에 복학한다고 하던데?"

"웅 그렇지머..."

"제진이 자요?"

"응"

"그나저나, 너 헤어졌다며? 어떻게 혼자 있냐?"

" 예, 제가 인기가 좋아서 여자들이 자꾸 붙어요 ㅎㅎㅎㅎ"

"그래, 세상 누구 눈치보면서 살거 없어... 그렇다고 남한테 피해주면 안되겠지만... 전화비 많이 나오겠다 전화 끊어라.."

"아니, 어머니 바꿔 주세요"

"웅, 잠깐"

 

왜 자꾸 전화야? 전화비 많이 나와 전화 끊어!

"왜? 밥 먹었어?"

"예"

"왜 자꾸 전화야? 잘 안들리니까.. 전화 끊어. 전화비 많이 나오겠다."

"전화비 안나와요"

" 막내는요? 막내도 자요?"

"응, 어제 형하고 형수하고 새벽까지 막걸리 마시더니 아침에 차례 지내고 잔다. 전화 끊어."

"예, 이따가 전화 드릴께요"

"아냐, 전화비 나와 전화 끊어"

"예, 참 형수하고 제수씨도 자죠?"

"응, 다들 피곤한지 자네.."

"예. 어머니도 쉬세요"

"응, 전화비 나오니까.. 전화 조금하고 전화 끊어"

"참 외삼촌좀 바꿔주세요"

 

외삼촌, 신장병도 맘편하면 악화되지 않을 수 있다.

"삼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웅, 그래. 넌 어때? 돈 많이 벌었냐?"

"아직요,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삼촌은 건강 어떠세요?"

"웅, 괞찮아 맨날 그렇지머..."

 

사실 외삼촌은 일본에서 일하다가 신장병이 생겨서 장애 2급판정을 받고 외숙모와 이혼한 뒤, 우리집 가까이에 살고 계신다. 사실, 매년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정에는 고스톱 멤버였던 돌아가신 고모님도 막내를 출산하신 후에 건강이 급속이 악화되셔서 병치레를 많이 하시다가 작은 고모네 아이들의 방치로 돌아가셨다.

한국의 나의 가족 근처에는 항상 도움이 필요하거나 보살핌이 필요하거나 외로운 가족 친지들이 항상 함께 했었고 또 함께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늘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한 걱정이 앞서고 있다. 

이런 그냥 그런 가족들 사이에는 형제들 간에 말 못할 갈등도 있지만 적어도 변하지 않는 건, 가족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사랑일 것이다. 

필리핀, 여기에서 내가 적을 두고 살아가는 이 땅, 필리핀에서도 변하지 않는 건, 전화비 나온다고 전화 끊으라고, 이야기하시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어머니의 따뜻한 품이다.

 

가끔 응석을 부려 본다

"또, 왜 전화냐?"

"어머니, 배고파요. 젖 좀 주세요"

"엉? 이젠 다 쪼그라들어서 없어."

"ㅎㅎㅎㅎ"

 

한국에 가족이 계시는 분들은 가족에게 전화 한통화 해보시면 어떨까요?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하지만 참 행복하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