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제가 아끼는 백설공주 기사라는 필명을 쓰는 동생한테서 문자가 왔습니다

"누나.. 도네이션하실 생각없으세요?"

무슨일일까? 이 친구는 왠만해서 어려운 일 부탁하거나 하는 친구 아닌데 하는 생각에 전화를 했습니다.

"왜? 기부금이 많아?   00 씨 혼자 할 수 없는거야?"

"아니요, 오지의 학교에 학용품보내는 일이예요. 그 덕분에 누나 얼굴도 보고요.."

"그래? 그럼 같이 가서 사지 뭐, 어려운 일도 아닌걸.. 남자보단 여자들이 더 꼼꼼하니 같이 가자"

그리고 만날 약속을 하고 약속 장소로 갔더니 한국분 한 분이 더 계셨습니다.

그 분이 권고를 하셨다 합니다.

그래서 디비소리아 근처로 향했습니다.

가서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마카티 에스엠에서 100페소가 넘는 물건들이 거기에선 10패소, 20페소..

그냥 예쁘고 실용적이다 싶은 물건을 다 주워담았습니다.

벡설공주 기사님과 제가 계산을 하니 그렇게 많이 샀는데도 4천페소 정도..

그리고 다음날 다른 한 분이 빵을 준비하시기로하고 다음날 만나기로 했는데, 아뿔싸!!

제가 선약을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납니다)

그래서 "미안해 00 씨, 나 못갈 것 같은데..."

"네? 어쩔 수 없죠, 누나" 그리고 두 분만 보냈습니다.

마닐라에서 족히 세 시간이 넘는 곳, 그 곳에서 그 두 분들은 봉사활동을 하시고 돌아오셨습니다.

"어땠어? 힘들지 않았어? "

"아니요. 보람되었는걸요? 누나도 다음에 같이 가요.."

 

지난주에 전화가 왔습니다.

그 분께서 감사하다고 점심초대하시고 싶으시다고,

거절하면 안 될 것 같고 지난번에 가지 못한 미안함에 토요일 6시에 일어나 출발하였지요.

게을러서 항상 늦게 일어나는 잠버릇때문에 힘들었지만 7시에 약속장소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작은 아들과 함께...

고맙게도 우리집 근처에까지 와주신 분들 덕에 전 늦장을 부릴 수 있었지요.

그렇게 출발을 했습니다. 마카티에서 올티가스, 마리끼나를 훨씬 지나 케존 (시티가 아니라 프로방스입니다)에 이판다라는 곳까지 갔습니다.

가는 도중 아주 예쁜 리조트에 들려 커피도 마시고 치킨도 시켜먹고(이건 먹성좋은 제 작은 아들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어쩔 수 없이,, ㅎ ㅎ)

복잡한 도시를 떠나 이렇게 맑은 공기를 마시게 해준 그 두 분께 너무 감사드리며 ..네 시간 만에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분들 두 분이 더 계시더군요..반갑게 맞이하여주시며 닭도리탕을 해놓으셨다고 어서 먹으라 하셨습니다.

우리를 기다리시느라 드시지 않으셨던 것 같았습니다.

"감사합니다"하며 맛있게 먹고 있는데 밖에서 네 마리의 강아지들이 저희를 쳐다보고 있어서 "강아지들 키우세요?"여쭈어 보았더니 옆집에 있는 강아지들이라 하셨습니다.

"아, 근데 들어오려 하네요."

"아니예요. 우리 먹는 것 남겨달라고 보고 있는 거예요?

"ㅎ ㅎ  닭도리탕을요? 매울텐데" 하고 남는 것 씻어서 주려고 했더니"그럴 필요 없어요, 그냥 다 먹어요."

설마 했었습니다. 근데 설마가 설마가 아니였죠..

진짜 다 먹는 것이였습니다.

그때부터 둘째 아들과 강아지 먹이(소세지, 햄같은 것)를 찾아 여기저기 상점에 돌아다니며 먹이를 구해 동네 강아지들한테 다 먹이고나니 아들이 피곤했었나 봅니다.

"엄마, 나 잘래요"  (한국말 잘합니다)

"음? 그래.."하며 한국분들께서 간이로 만들어 놓으신 양철 집 침대를 잠시 빌려 눕혔습니다. 

아들을 재우고나니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심심하시죠? 고스톱 칠 줄 아세요?

"아니요. 짝만 맞출 줄 알아요"

"그럼 한 번 배워보세요, 재미있어요"하셨습니다.

"아.. 네." 옆에서 몇 번 보았습니다.

제 동생 백설공주기사도 전혀 모르는 상태. 그 친구가 제안을 했습니다,

"누나, 우리 둘이 한 편되어서 치면 어떨까요?"

"아, 그래 그러자" 그리고 치기 시작했습니다.

점수를 세는 것이 가장 어렵더군요. 뭐가 뭔지.

두 시간 치고 90페소를 잃었습니다. 2백페소씩만 하기로 하셨었거든요.

잉잉, 아까운 돈, 제가 돈을 낸 것은 아니지만 잃은 동생돈이 아까웠습니다.

그리고 어느 덧 저녁시간이 되어 돼지고기들어간 김치찌게를 해주셔서 맛나게 먹고 9시 반에 출발하기고 해서

또 한 시간이 남았습니다.

그 남은 한 시간 동안 우하하..

고스톱을 다시쳐서 100페소를 땄답니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 타짜 아니냐, 이런저런 소리를 뒤로하고 저희들을 100페소를 따서 무사히 마닐라로 도착하였답니다.

지금도 뭐가뭔지 하나도 모르겠고 복잡할데로 복잡한 고스톱..

근데 재미는 있었습니다.

혹시 필고 회원님들 중 고스톱의 고수 계시나요?

우리 필리피노들에게 가르쳐서 돈따먹기 게임할까요? 하하하...

농담이고요, 고스톱은 역시 머리가 좋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만 아주 유쾌한 하루였습니다....

 

새해 복 마니마니 받으세요. 회원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