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재래시장에 갔을때 있었던 일 입니다.

야채를 사려고 메모해간 쪽지를 들여다 보며 야채골목을 걸어가고 있는데...

웬 아지매가  저를 보면서 마치 예전부터 알고있던 사람처럼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꾸무스따... 싱긋 웃으면서 말이죠.  저도 얼릉 꾸무스따로 응수를 했지요.

 

이 아지매가 저보고 당신 코리아노 맞냐고 묻습니다.  예스 아임 코리아노... 라고 했지요.

그 아지매는 야채골목에서 조그마한 야채가게에서 딸래미와 함께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인상이 참 밝고 명랑하다고 해야할까요..  저에게 한국 어디서 왔느냐며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나는 서울에서 왔다고 했더니  내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기는 수원에서 5년동안 일을 하다가

 

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한 기억이 너무 좋다고 다시 갈수만 있다면 꼭 가고 싶다면서

한국말로 하는 인삿말과 간단한 한국어를 곧잘 구사하더라구요.

야채를 사러갔다가  그 아지매와 한참동안을  이야기했습니다. 그 아지매 딸래미는 옆에서

엄마와 저를 한번씩 힐끔힐끔 번갈아 가며 쳐다보면서 웃는 표정으로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자기네 집의 야채를 사라고 굴라이 굴라이 바고 바고를 외칩니다.

수원에서 5년동안 일을 하다가 왔다는 아지매는 마치 저를 고향사람 대하듯 저를 놔주질 않았어요.

서로간에 말이 100% 통하진 않았지만  한국에 갈수만 있다면 다시한번 가서 돈을 벌어오고 싶다는

말이 핵심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는 한국말을 꼭 배우고 싶다며 영어로 설명이 되어있는 한국어 책이

 

있으면 한권 갖다 달라고 부탁을 하네요. 필리핀 사람이 쉽게 알아보고 영어로 이해를 하면서 배울수 있는

한국어 책... 이런 책이 저한테는 없거든요. 이걸 어디서 구해야 할지 고민이 하나 생겼습니다.

그 아지매가 원하는 책은 한글 글씨 밑에 영문으로 읽는 발음이 나와있는 그런 책을 부탁하는거였어요.

일단은 알았다. 라고 하면서 내가 구해서 갖다주겠다. 약속은 하였는데... 집에와서 책들을 찾아보니

 

그 아지매가 원하는 책은 없었답니다.  그런 책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 숙제가 하나 생겼구요.

수원에서 5년동안 일하면서 돈도 꽤 모았다고 하는데... 필리핀에 돌아와 보니 가족들이 동네에 빛을 

많이 져서 그거 갚아주고 하다보니 겨우겨우 야채가게 하나 운영할 돈이 남아서 한국에서 돌아온후

이제껏 야채가게를 하고 있다며  한국을 많이 그리워 하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마치 그 아지매와 제가 각별한 사이로 볼만큼 아주 친근감 있게 대해줘서

그 야채가게를 쉽게 벗어날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제가 살려고 적어온 메모지를 보고

그 아지매 가게에서 파는 야채중에 있는것은 몽땅 사주기로 맘 먹고 비닐봉지를 달라고 해서 

열심히 담기 시작했습니다. 다섯가지를 사니까 약 400페소쯤 나오더군요.

 

그 아지매는 처음 본 저에게 야채값을 많이도 D.C 해 주었습니다. 

고마운 아지매였지요. 야채시장에서 또 한군데 단골이 생기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나저나 그 아지매가 원하는  책을  구해다  줘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오늘 문뜩 그 아지매의 친근하면서도 구수한 말씨와 옆에서 생긋생긋  웃으며 장사를 하던

 

그 아지매의  딸래미가 생각이 나서 이곳 경험담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필리핀에 수년간 살면서 한국에서 노동자로 일을 했다며 한국을 아주 좋은 나라로 기억을 하고

다시 꼭 가고 싶다는 사람은 처음 대해봤습니다. 정말 한국이 외국인들한테는 좋은나라일까요?

그러고 보니 오늘이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는 날이네요.

내조국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오늘도 해외에서 열심히 살아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