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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남부 술루왕국의 자말룰 키람 왕이 기자들에게 자신을 따르는 이들이 

말레이시아 사바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필리핀인 수백명, 말레이시아서 10여일 대치 중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10여일 전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에 불청객 수백명이 들어왔다.

 

필리핀 술루군도에서 온 이들은 보르네오 섬 북부 사바 지역이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부터 바닷가의 한 마을에서 현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들은 필리핀 남부와 보르네오 섬 북부를 지배했던 술루왕국의 '왕실 군대'를 자칭한다.

 

자치지역인 필리핀 술루주(州)에 사는 왕국의 후손들은 왜 사바에 왔는지 묻는 말에 "사바는 우리 땅"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사바가 자기 땅이라고 여긴다는 뜻을 말레이시아 쪽에 강력히 표현한 것이라고 BBC방송이 24일 온라인판에서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술루왕국은 1658년 이 지역의 다른 주요 왕국이었던 브루나이로부터 사바를 넘겨받았다.

 

사바 문제의 뿌리는 술루왕국이 말레이시아를 식민 지배했던 영국의 노스보르네오컴퍼니와 계약을 맺은 18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작'이라 알려진 계약에 따라 이 회사는 일정한 돈을 내고 사바를 영구 점령할 권리를 얻었다.

 

그후 말레이시아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했고, 그 권리를 이어받아 오늘날까지 술루왕국에 매년 5천 링깃(약 175만원)을 지급한다. 사바를 포기할 뜻도 없다.

 

말레이시아와 술루왕국 간 주장은 엇갈린다. 말레이시아는 '파작'을 '매매'로 해석하고 술루왕국은 '임대차'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수십년간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사이의 장애물이었으며 술루군도에 폭력과 불안정이 계속되는 요인이다.

 

그동안 필리핀 대통령들은 술루왕국의 주장대로 말레이시아를 압박해왔다. 특히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대통령은 무력으로 사바를 빼앗으려고 비밀 이슬람교도 민병대를 훈련하는 대담한 시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계획이 사전에 드러나면서 무산됐다.

 

근래에는 글로리아 아로요 전 대통령도 이 문제를 여러 차례 제기했었다. 하지만, 베니그노 아키노 현 대통령은 술루왕국의 권리 주장을 언급한 적이 없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가 무단 침입한 술루 주민들의 주장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이 지역의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BBC는 지적했다.

 

그간 양쪽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이들의 요구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필리핀 외교부는 24일 사바에 해군함을 보내 무장한 30명을 포함한 술루군도 주민 180명가량을 필리핀으로 데려올 계획을 발표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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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2/25 11: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