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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영토분쟁 비화 가능성

보르네오섬 북동부에서 필리핀 이슬람 부족 술루족과 말레이시아 군경이 충돌해 이틀 새 26명이 숨졌다. 말레이시아가 강경 진압에 나선 가운데 무장대원 30여명을 포함한 술루족 부족민 200여명은 결사항전을 천명,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언론이 4일 보도했다.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부근 술루제도에서 온 술루족 일부 분파는 자신들이 현재의 보르네오 북부 말레이시아령 사바주와 필리핀 남부를 통치했던 술루 이슬람 왕국의 후손들이라며 지난달 12일부터 사바주의 라하드다투 지역을 점거하고 있다. 이들은 1870년대 선조들이 맺은 토지임대계약을 들며 사바주 소유권을 요구하고 있다. 
 
인명피해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들의 요구를 거절하고 퇴거 명령에 불응한 부족민을 해산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지난 1일에는 라하드다투에서 경찰과 부족민이 총격전을 벌여 부족민 12명과 경찰 2명이 숨졌고 2일에는 이웃한 셈포르나에서 무장대원이 매복공격을 해 경찰 6명과 무장대원 6명이 사망했다. 
 
말레이시아는 강경진압을 시사했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숨진 경찰관들의 장례식에서 “항복하지 않으면 말레이시아 정부가 어떤 조처를 하든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사바 지역을 두고 말레이시아와 영유권을 다퉈온 필리핀도 자국민인 술루족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술루족 지도자에게 “조건 없이 항복”할 것을 지시하라고 요청했다. 
 
민다나오 섬을 거점으로 공동체를 꾸려왔던 술루족을 포함한 필리핀 무슬림들은 19세기 이후 스페인과 미국, 일본의 지배를 받았고 현재는 필리핀에 속해 있다. 이들은 독립을 주장하며 40년 이상 필리핀 정부군과 싸웠고 2016년부터 이슬람 자치정부를 출범하기로 필리핀 정부와 지난해 합의했다. 
 
[주영재 기자 / 입력 2013.03.04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