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루이스 티 크루즈(Luis T. Cruz) 주한필리핀대사

 

“아세안 경제우등생으로 거듭나고 있는 필리핀 경제”

 

 

부패척결과 개혁으로 신용등급 ‘투자적격’으로 상향

2012년 한국 투자금액 9억달러 - 아세안국가중 1위

 

 

아세안 10개국 중 필리핀은 지난 3년 연속 평균 6% 대의 높은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달 들어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사상 처음으로 필리핀의 투자등급을 ‘투자적격’인 BBB-로 상향 조정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5.5%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리핀이 아세안의 경제 우등생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신호다.

 

루이스 티 크루즈(Luis T. Cruz) 주한필리핀대사는 주간무역과의 인터뷰에서 “아키노 정부의 강력한 부패척결과 경제 개혁 노력으로 필리핀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면서 “식품가공과 포장, 인프라, 전력, 용수, 자동차 부품, IT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한국의 대필리핀 투자를 확대할 때”라고 말했다. 다음은 크루즈 주한 필리핀 대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필리핀 경제 상황.

지난해 홍콩상하이뱅크(HSBC)는 오는 2050년 필리핀이 세계 16번째 경제 부국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리핀 경제는 지난 2010년 7월 아키노 정부가 들어선 이래로 3년 연속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필리핀 GDP는 지난 3년간 평균 6.9%대의 성장을 해왔다.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높은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다. 필리핀 페소화는 아세안 지역에서 가장 안정적 화폐로 꼽힌다.

 

아키노 정부가 국가투명성을 제고하고 외국인의 대필리핀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기위해 노력한 결과, 올해 초 사상 최초로 ‘투자적격’ 등급에 진입하게 됐다. 국가재정 개선을 위해 재정적자를 GDP의 1.2%로 완화했다. 700만에 달하는 해외 필리핀노동자들의 본국 송금액으로 필리핀은 2012년 말 외환보유고를 840억 달러 늘렸다. 인프라 건설 등 부동산 개발이 필리핀 경제성장을 주도하면서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 한국과 필리핀간 교역상황은.

한국은 현재 필리핀의 5번째 무역국이자 투자국이다. 2012년 한 해 동안 필리핀의 대한국 수출은 32억8400만 달러를, 수입은 82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자 부품과 반도체 부품이 대한국 수출의 60%를 차지한다. 바나나와 망고, 파인애플, 코코넛 오일 등 농산물이 20%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단일제품으로는 한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전기동과 가공식품, 음료, 유기농 상품, 식품재료, 광물 등이 차지했다.

 

지난해 한국은 아세안 국가중 가장 많은 9억 달러를 필리핀에 투자했다. 한국의 대필리핀 투자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전력과 인프라, 전자산업, 식품산업, 관광산업 등이었다. 

 

 

-필리핀 정부의 중점 추진 경제 정책은.

아키노 정부는 국내 소비 활성화와 무역과 외국인투자유치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인프라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것이 필리핀 경제 회복의 원동력이라고 분석한다.

 

필리핀은 수십 년간 지속된 정부의 부정부패에 따른 조세회피와 비효율적인 행정 처리로 세수율이 낮아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겪고 있었다. 교통, 통신, 전력, 용수, IT, 교육과 보안 등 다양한 분야의 요구에 맞는 인프라 마련 자금이 부족했다.

 

아키노 정부는 지난 3년간 국가재정을 확충하고 세수를 확대하는 한편, 국가투명성 제고를 위한 기초를 마련했다. 그 결과 인프라 확충을 위한 중요 프로젝트에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 필리핀의 유망산업은.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산업과 신재생에너지, 광산업, 농업, 식품 및 식품가공업, 서비스업, 관광산업 등이 유망하다.

 

BPO산업은 세계 1위로 한국에서 이뤄지는 전화 영어수업의 95%가 필리핀에서 이뤄진다. 단순 회화 외에 비즈니스 회화, 의학영어 회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필리핀의 식품산업과 제조업 분야의 발전 도모를 위해 한국 기술 중에서 식품생산과 가공포장, 경공업과 전자 부분에 관심이 있다. 태양광, 풍력, 바이오연료 등 한국 신재생에너지 기업 투자도 유치하고 싶다.

 

관광인프라, 전력, 용수, 사회기반시설(학교, 댐, 도로, 다리 등), IT, 통신, 자동차 부품, 전자모듈생산, 보석, 의류 등도 한국이 투자할 만한 분야다.

 

 

-필리핀의 한국에 대한 이해도는.

우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국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드라마틱하게 회복해 오늘날의 글로벌 경제 파워를 갖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봐왔다. 필리핀 군인들이 한국전에서 한국인들과 함께 피를 흘렸다. 휴전 후에는 필리핀 건설사가 한국의 랜드마크를 건설하기도 했다. 

 

한국은 필리핀의 발전을 위해 전력과 사회기반시설, 통신 등에 투자했고, 필리핀 실업률을 줄이는 데도 큰 몫을 했다. 한국은 필리핀의 최대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현재 필리핀에는 15만 명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고, 4만 명의 필리핀 노동자가 한국의 생산라인에서 근무하고 있다. 

 

 

- 아세안 국가중 필리핀을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

아세안 국가들 중 필리핀이 가장 한국과 역사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웃국가이기 때문이다. 아세안의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다. 필리핀은 아세안과 아시아~태평양 사이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다. 비행기로 4시간이면 어떤 아시아 국가의 수도에 도착할 수 있는 위치다. 벌크선이 지나는 가장 중요한 두개의 해안선이 가로지르는 곳이기도 하다. 

 

필리핀은 교육받고 숙련된 젊은 노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는 매년 45만 명의 대학 졸업자들을 배출하고 있다. 필리핀인은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서방국가나 한국의 중요 수출과의 비즈니스에도 익숙하다. 중국의 절반 수준인 합리적인 임금수준, 효율적인 노동법을 운용하고 있다. 외국인투자는 필리핀의 외국인투자법에 의해 보호되며 자본금과 이익은 본국에 송환할 수 있다.

 

 

-필리핀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한국기업이 있나.

롯데칠성, LS산전, 삼성전자, 삼성전기, CJ, 한진중공업, 한국전력, 현대-기아자동차 등이 진출했다.

 

한국전력은 1990년대 1200개 가스오일 병합 전력 플랜트를 일리얀(llijan)과 바탕가(Batangas) 지역에 건설했다. 한전은 다른 발전소와 함께 필리핀 전력공급량의 15%를 공급하고 있다. 

 

LS그룹과 계열사들은 민다나오섬의 구리광산에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백색가전 회사로 필리핀에 잘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2년 진출해 2개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납품사인 PSPC는 클라크에서 반도체용 IC를 생산하고 있다. CJ는 필리핀 남부에서 코코넛 껍질에서 추출한 자일로스(Xylose)를 생산한다. 

 

한진중공업은 아세안 최대 조선소를 필리핀에 세우고 1만8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롯데칠성은 지난 2010년 펩시코(PEPSICO)를 인수했다. 

 

 

-한국산 제품과 기술에 대한 필리핀 소비자 평가는 어떤가.

필리핀도 다른 아세안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K-pop과 드라마 등 한류에 빠져있다.

 

한국산 전자제품과 자동차는 완숙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이들 제품은 90년대의 저렴한 대체품의 이미지를 벗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상용차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필리핀 소비자들에게 한국제품은 하이퀄리티 제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한국에서 수입할 만한 필리핀 제품에는 어떤 것이 있나.

농수산식품으로는 가공식품과 바나나, 망고, 파인애플, 칼라만시(필리핀 레몬) 등 신선과일 및 그 가공식품, 코코넛 오일, 신선해산물과 그 가공식품 등이 있다. 고품질의 가구와 인테리어 용품도 품질이 좋다. 필리핀산 제품을 수입하고 싶다면 주한필리핀대사관 내의 필리핀무역투자센터(전화: 02- 768-2502~3)로 연락하면 된다.

 

(주간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