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전반적으로 수정이 많이 필요하네요. 퇴고를 해야 되는데 생업이 있는지라 시간을 쪼개서 쓰다 보니 글이 말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조회수가 상당히 낮긴 한데 스스로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써야 될 것 같네요. 그래도 봐주시는 분들 응원 감사합니다. 필리핀 언제나 사랑하고, 그립습니다.

 

1 & 2편 요약(링크는 글 하단에)

1. 세계대전을 두 번 겪으며 서구 열강들은 자신들의 식민지를 경제적으로 귀속시키고 정치적으로는 자신들 우호세력을 앉힌 뒤 퇴장하게 된다.

2.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는 자원중심경제로 이루어지고, 값 싼 노동력을 이용해 경제를 유지시켜야 했기 때문에 양극화 심화.

3. 부수적인 효과들로 고출산, 기아, 질병, 내전, 노동착취, 무복지 일어남. 때문에 세계적으로 구호물자 및 인력들이 도와주게 됨.

4. 그러나 그것을 운용하는 것은 그 나라의 관료 및 군인들. 그들의 분배가 민중의 바닥까지 전달될 것인가? 그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상태를 더 악화시키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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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무지하게 많은데 어찌되었든 이번 편에 종결 짓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위에서 조금 떼먹고 아래로 전달 되겠지’라고요. 그러나 이런 생각이 엄청 위험한 것이 위에서 조금 떼 먹은 부가 그들의 양극화를 고착시킨다는 데에 맹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에라리온으로 돌아가보죠. 시에라리온은 196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수 십번의 내전을 겪었습니다. 우리가 영화에서나 보던 마약에 쩔은 어린 병사들과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애들이 과거 일본의 위안부처럼 당하며 전쟁을 지속해왔죠. 20년 전까지만 해도 조선시대 노예에나 찍던 ‘낙인’을 찍어 현대판 노예가 횡행하기도 했죠.

 

시에라리온의 경제는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다이아몬드 광산이 하나 있죠. 그리고 그것을 정권을 쥔 세력이 관리를 합니다. 그 다이아몬드와 구호물품이 이 나라 경제의 유일한 끈입니다. 영국 최고의 다이아몬드 회사가 주 고객인데(한 때 창고에 어마어마하게 쌓인 다이아몬드를 트럭으로 나르는 이 회사의 창고가 공개되어 충격을 준 적이 있죠. 그 다이아가 시중에 나오지 않는 이유는 계속 고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랍니다) 바로 그 회사가 싼 값에 다이아를 후려치면서 이 경제적 종속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죠.

 

계속되는 쿠데타는 어런 저런 핑계들이 있었지만 그 주 목적은 이 채굴권을 독점하기 위한 전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지배세력은 채굴권을 지키기 위해서 계속해서 무력증진에 자본을 투자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시에라리온의 지배세력은 외국에서 들어온 물자들을 옆 나라 라이베리아를 통해서 무기로 교환합니다. 여기서 정말 충격적인 사실은 그 무기들의 원산지가 바로 그 구호물자를 전달해준 나라들이라는 겁니다.

 

네, 맞습니다. 서구 열강은 이 나라들이 발전되길 원하지 않습니다.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주길 바라죠. 물론 하나하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기아가 해결되어야 한다, 질병이 사라져야 한다 착한 소리는 할 수 있죠. 그러나 자본주의가 언제 그렇게 착한 제도였습니까? 무기회사들은 남아있는 재고들을 처리해야 하고, 후진국에 무기를 밀매해서라도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것이죠.

 

그래서 시에라리온은 계속해서 쿠데타가 끊기지 않죠. 무기는 현재 지배세력한테도 그리고 반군한테도 골고루 들어갔으니까요. 이러한 상황에서 구호물자들은 민중에게 골고루 나누어지기는커녕 위에서 빼돌려 무기로 교환하는 수단으로 쓰이게 된 것입니다.

 

이 매커니즘이 어떠한 의미에서 무서운 것일까요? 네 맞습니다. 민중봉기 혹은 민주주의 시위를 차단해버리는 것이죠. 아니 그것은 단순히 총칼로 막는 강제적 탄압이 아닐 수 있습니다. 민중들을 계속 가난한 상태에 처하게 만들어 민주주의나 시위를 의미 없는 것으로 여기게 하는 자발적 복종 시스템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또 서구를 통해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네, 바로 종교입니다. 이 연약하고, 굶어 죽기 직전에 있는 사람들에게 구원이랍시고 손을 내미는 것이 종교란 말입니다. 궁금하신 분은 아프리카 국교 혹은 종교 비율 등을 쳐보시면 좋겠네요. 북아프리카는 대부분이 이슬람, 남아프리카 및 서아프리카는 대부분이 카톨릭, 크리스챤 입니다.

 

종교 믿는 게 뭐라고 그러냐? 라고 질문하신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이들이 모든 사회적 부조리나 정치적 폐단을 그저 하나님이 주신 시련정도로 여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혹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는 무한한 긍정과 하나님에 대한 감사로 실제 그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는 것이죠.

 

이번 태풍 이후에 제 필리핀 친구에게 내가 뭐 도움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묻자 “기도 해달라”고 합니다. 정치적인 구호시스템 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말하는 것은 그 빌어먹을 기도였습니다. 심지어 그것이 필리핀 유명 방송국 시니어 기자로부터 나온 말이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이른바 사회과학이라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의 우매함은 얼마나 종교를 믿느냐로 나타납니다. 세계 무신론자 비율이라는 검색어를 쳐보시기 바랍니다. 민주주의가 만연하고 사회복지시스템이 잘 구축된 나라일수록 무신론자 비율이 높습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는 약 80% 이상이 무신론자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구호물자들이 무기로 교환되는 황당한 일들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고, 이것들이 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지 알아보았습니다. 뭐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북한을 생각하시면 더 쉬울 것 같네요. 그래서 저는 무조건적 퍼주기는 반대합니다. 개성공단, 뽀로로처럼 천천히 자본주의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더 많이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뽀로로가 남한의 기술력과 북한의 값 싼 노동력으로 만들어진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건 다 아실 겁니다.

 

휴우. 구호물자부터 시작했는데 종교에 북한까지 너무 많이 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자 그럼 이번에는 자원의존적인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사회경제 시스템으로 평등을 이루어 낸 국가들을 살펴봅시다. 길게 안 쓰겠습니다. 여러분이 더 잘 알 거니까요. 노르웨이와 호주입니다.

 

[노르딕 경제가 뜬다]석유부국 노르웨이, 정부가 직접 천연자원 관리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690500

 

호주 광산재벌 "광산업자, 정부의 ATM기 아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1&aid=0006264675

 

이 두 기사로 긴 글을 요약하겠습니다. 노르웨이는 석유 관련 세수가 30%에 달하고, 주정부가 자원기업들의 지분을 40% 정도씩 가지고 있습니다. 호주 또한 광업세 및 탄소세로 30% 이상을 걷어들이고 있습니다. 저 위에 기사는 호주의 광산재벌 라인하트가 투정부리는 기사인데요. 이것은 즉 잘 정비된 사회시스템과 국민의 합의가 어떻게 자원에서 나오는 부를 잘 분배할 수 있느냐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죠.

 

이 글이 ‘역시 선진국은 잘해’ 라는 식의 논리로 오해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제껏 쓴 글을 잘 이해하셨다면 아프리카 및 동남아의 후진국들이 지금 이렇게 망가진 원인은 단지 자본주의가 먼저 발달한 서구가 이들을 폭력으로 억압한 채 자원을 유용하기 시작한 데서 비롯되는 것이니까요.

 

지금 제가 소개할 두 명의 지도자는 제국주의에 저항해 스스로 분배시스템을 개혁하고 발전을 이룩하려 했지만 비운의 죽음을 맡게 되는 사람들입니다. 칠레의 아옌데와 부르키나파소의 상카라입니다. 이 둘은 실제로 미국의 속국이나 다름 없던 칠레와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부르키나파소를 각각 쿠데타로 집권하여 대국민 개혁을 실시합니다. 경제 시스템을 개혁(토지조사사업)하여 새로운 분배체계를 확립하고, 부자들에게 세수를 늘려 빈부격차를 해소하려 했습니다. 둘 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교육과 의료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공립학교와 병원을 늘리고 의료 시스템을 개선했습니다. 이들이 놓친 것이 하나 있다면 너무 용감했다는 것일까요? 이들의 개혁이 몇 년이 채 되지 않아 상카라는 프랑스에 암살당하고, 아옌데는 미국의 사주를 받은 반군에 쿠데타를 당하면서 척결됩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한국의 박정희가 반미, 반제국주의 노선을 고집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런 면에서 그는 비열했지만 똑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후 부르키나파소는 자급자족이 가능하게 될 정도로 경제가 회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무너져 내렸고, 칠레는 여러분이 알다시피 미국의 속국으로 다시 전락하게 됩니다. 칠레 같은 경우는 전형적인 농업국가였는데 지금은 미국의 사주를 받은 피노체트라는 군인이 대통령이 된 이후로 무분별한 신자유주의로 각국과 FTA를 맺어버렸죠. 그 결과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국민들을 말도 안 되는 임금에 과로로 부려먹고 있는 현실이죠. 얼마 전 본 다큐멘터리에서 자본가들이 칠레 작물들 생산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불법화학품을 쓰다가 칠레의 한 마을이 초토화 되고 농민들의 손이 다 녹아버린 다큐가 생각이 나네요. 그리고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칠레산 포도, 바나나 등을 맛있게 먹고 있죠.

 

이야기가 더 길어지기 전에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필리핀에서 보고 느낀 식민지의 잔해들과 급작스럽게 자본주의로 이끌려 들어온 민중들의 팍팍한 삶. 그들에 대한 애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뭐냐고 물으실 수도 있습니다. 결론은 도와주지 말자입니다. 필리핀, 그 작은 섬 하나 못 살릴 정도로 가난한 나라 아닙니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할 때 경제적 효과도 발생하고, 부자들한테 특별세를 걷는 용기 있는 행동도 감행할 수 있는 겁니다.

 

우리가 주는 물자, 자원 깨끗하게 쓰이지도 않을뿐더러 그들의 삶을 계속해서 그렇게 귀속시켜 버립니다. 귀속의 정도가 아니라 심화시키는 경우도 있죠. 필리핀은 피플 파워라는 민주화 운동을 세 번이나 이뤄낸 나라입니다. UP학생들은 마르코스 정권에 저항해 빨치산 활동까지 했던 대담한 친구들이고요. 지금은 화교자본과 국내 정치인들의 부패로 인해 이렇게 되었을지언정 말이죠. 진정으로 그들이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이 스스로 자원과 부의 분배를 이뤄내는 것이겠죠. 그들이 더러운데 깨끗한 물을 담으면 무얼 하겠습니까?

 

필리핀 경제는 아마 다시 한 번 호황을 맞이할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최근 경제성장률도 좋게 나올뿐더러 중국에서 빠져 나오는 자본이 아세안(동남아)으로 가고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죠. 게다가 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 ACE가 출범하면 아세안지역 블록화로 인해 동남아로 자본집중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희망적인 곳은 필리핀입니다. 이들이 영어를 쓰고, 인구가 1억이 넘기 때문에 발전가능성이 가장 높죠. 그러나 정치적인 부패와 불평등한 사회시스템 속에서 그것이 제대로 기능할 것인지는 비관적이네요.

 

여러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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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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