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인사 5명 "무리한 사업추진" 반대에도 일방적 밀어붙이기


인천교통공사가 필리핀 마닐라 경전철 1호선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이사 11명 중 사외이사 5명이 무리한 사업추진을 비판하며 반대 의사를 밝혔는데도 밀어붙였다. 공사는 시야를 넓혀 다른 나라로 눈을 돌려야 발전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천교통공사는 지난 9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필리핀 마닐라 경전철(LRT1호선) 운영 및 유지보수 사업 참여 계획안'을 가결했다.

이 안건은 공사가 필리핀이 건설하는 경전철 사업 가운데 운영분야에 참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사는 기존 노선 20.7㎞와 신규노선11.7㎞를 운영하고, 유지보수하는 역할을 맡는다. 공사는 에코레일(ECORAIL) 컨소시엄과 함께 오는 28일 시작되는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공사는 이 안건으로만 무려 4차례의 이사회를 개최했다. 반대의견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마지막 이사회에는 시와 공사 소속의 당연직이사 6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외이사 5명 전원이 불참했다.

사외이사들은 이 사업에 극심하게 반대하고 있다. 공사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오는 2016년 인천도시철도 2호선이 완공되는데다 영종도 자기부상열차와 의정부 경전철 등 공사가 수 많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몸집을 불리기 위해 필리핀 경전철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또 필리핀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공사가 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었을 경우 적자를 볼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사외이사는 "공사의 대표적인 혈세 낭비사업인 월미은하레일도 지금껏 정리하지 못하지 않았나"라며 "필리핀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것도 아닌데다 얼마 전 2호선 운영 때문에 정원을 늘려줬는데 또 몸집을 키우는건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공사는 시민·사회단체의 정보공개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공사에 사업 제안서와 활동내역, 사업 타당성 보고서 등 4건의 문건을 정보공개청구했다. 하지만 공사는 모두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인천경실련 관계자는 "임직원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조직을 늘리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며 "사업 타당성이 얼마나 될지 정확하게 따져봐야 하지만 공사가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공사는 국제적인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세계 30개 도시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파리교통공사같은 글로벌 교통공사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오홍식 공사 사장은 "앞으로 진행될 굵직한 사업에서 인원을 빼서 추진하는 것이 아니기에 무리한 사업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시야를 넓혀 파리교통공사를 롤모델 삼아 발전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