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경제다. 6·4지방선거 다음날부터 정부는 세월호 참사로 위축된 경제활동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하반기 우리 경제 앞날에는 다양한 변수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이른 시일 내에 경제팀 개편 등 개각을 마무리 지은 뒤 각종 현안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얼어붙은 소비 심리에 불 지피기=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서울 전국경제인연합회 콘퍼런스센터에서 30대 그룹 사장단을 만나 “그동안 미뤘던 마케팅 등 정상적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소비 보완 노력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재부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소비와 서비스산업은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4월 소매판매액과 서비스업 생산은 전달에 비해 각각 1.7%, 1.0% 감소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 상황이 안 좋다고 인식하면 실제로 상황이 악화되는 자기실현적 위기를 경계해야 한다”며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개선시키는 것이 하반기 경제정책의 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달 말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다시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 상황과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등 경기가 반등하리라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개각 불확실성=지난해 2월 정부 출범과 함께 가동된 현오석 경제팀은 그동안 단 한명의 멤버 교체 없이 1년4개월을 끌고 왔다. 4%대에 육박하는 경제성장률 등 수치상으로는 선전했지만 투자활성화, 서비스업 혁신 등 우리 경제를 확 나아지게 할 굵직한 사안들은 실적이 지지부진한 게 사실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치고 나가야 할 정책 현안이 많지만 현재와 같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파리 목숨’ 장관들 아래에서는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다. 경제 수장 부처인 기재부만 봐도 관세정책관 등 빈 국장급 자리가 4개나 되지만 실·국장 인사는 개각 이후로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 업무 외에 새로운 정책 발굴, 민감한 사안에 대한 부처 협업은 개각 이전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며 “청와대가 개각 시기를 앞당기는 게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파국 예고하는 노·사·정=세월호 참사 여파로 휴전 상태였던 노·사·정 힘겨루기도 재개될 전망이다. 가장 큰 쟁점은 근로시간 단축과 공공부문 노사관계다. 양대 노총은 이달 말로 다가오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기한에 맞춰 투쟁 동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휴일근로가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되는지가 쟁점이다. 대법원이 조만간 판결을 내릴 것으로 전망돼 향후 노·사·정 관계를 뒤흔들 주요 변수로 꼽힌다.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공공기관 개혁은 공공부문 노조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노조는 정부가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개별 공공기관 노사관계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장들에게 복리후생 축소, 부채감축 등을 추진하다가 파업이 빚어져도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 때문에 공공부문 노사관계는 강 대 강의 대결 구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쌀 시장 개방 시동 거는 정부=농업부문도 만만찮은 과제들이 버티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일 쌀 시장 개방에 관한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정부는 오는 9월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쌀 시장 개방에 관한 입장을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쌀 시장 개방 유예를 받아내기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국내 소비량 대비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최소접근물량(MMA)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국내 벼 농가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그러나 농민단체들은 식량 주권 확보 등을 내세우며 격렬히 쌀 시장 개방을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중국에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는 순간 소농 위주의 국내 농업은 설 자리를 잃는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여러 가지 피해보완 대책을 내놓고 농민을 설득하고 있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