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강좌(1) ; 문화차이란 무엇인가
필고 회원님들께서도 너무나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인터넷의 일상화와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전(全)세계가 국경없이 오갈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친밀할 정도로 전 세계가 가까워졌음에도 불구하고 각국간의 문화차이가 존재함으로서 빚어지는 안타까운 일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에 저는 필고 회원님들께 각국의 문화를 이해하는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기 위해 몇 회에 걸쳐 감히 '문화강좌'라는 타이틀을 걸고 관련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학술적인 것과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 덧붙여진 것이오니 필고 회원님들의 고견과 따뜻한 질책을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글을 올릴 순서는 '문화차이란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문화차이는 어떻게 인식 가능한가', '문화간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오해와 갈등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성공적 문화간 커뮤니케이션이란' 순서를 올릴 예정입니다. 글이 다소 길더라도 양해해 주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화강좌(1) : 문화차이란 무엇인가
문화관련 전문가들이 문화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문화를 빙산에 비유해서 설명하는 방법이다. 빙산은 눈에 보이는 부분은 작은데 실제로 수면 밑에는 거대한 본체가 숨겨져 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선 그것이 빙산의 전체모습이라고 착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보이는 것은 전체의 20%에 지나지 않고 보이지 않는 부분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타이태닉호가 무참하게 침몰된 것도 수면 밑에 숨겨져 보이지 않는 빙산의 충격 때문이다. 배들이 항해를 하면서 빙산을 피해 가는 것도 사실은 바로 수면 밑에 더 큰 빙산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문화도 빙산처럼 크게 두 가지 종류 '눈에 보이는 문화 I'과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 II'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다. 문화 I은 의, 식, 주, 언어, 종교, 예의, 예술, 사회제도를 비롯하여 타 문화를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쉽게 문화차이로 인지할 수 있는 영역이다. 각 나라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다른 음식을 먹고, 다른 생활방식을 갖고 살아가고, 종교가 다르고, 사회제도가 다른 것을 보고 사람들은 '문화가 다르다' 또는 '문화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사람들이 피자를 즐겨먹고, 서구식 의복, 주택을 선호하고, 팝을 즐겨 듣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한국의 문화가 점점 서구화 된다"고 또는 "한국과 서구국가들의 문화차이가 사라지고 있다"고 표현한다.
빙산에서 보이는 부분은 '작다'는 것이 쉽게 확인되지만, 문화모델에서의 문화 I의 영역은 인간의 일상생활부터 시작해서 고급예술과 학문, 종교의 영역까지 포함하는 매우 넓은 영역이다. 또 사람들이 처음 타 문화를 접촉할 때 가장 먼저 문화차이를 확인하는 바가 바로 문화 1의 영역이다. 또 문화 I은 오랜 역사적인 과정을 겪으면서 축적된 문명화의 산물이므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김치는 한국의 다양한 음식문화의 한 종류에 지나지 않지만, 오랜 역사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음식이다. 외국인들이 처음 한국에 와서 김치를 먹지 않으면 적지 않은 한국인들은 이를 두고 한국문화를 무시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또 흔히 사람들이 야만 또는 원시사회와 문명화된 사회를 구분할 때 많이 사용하는 영역 또한 문화 I의 영역이다. 이런 이유에서 많은 사람들이 '문화차이' 또는 '문화의 중요성'을 운운할 때 문화 I을 먼저 머리에 떠올리는 것은 전혀 놀라운 현상이 아니다. 빙산의 눈에 보이는 부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그림을 통해서 비교적 쉽게 확인될 수 있지만 문화 I은 사람들이 문화차이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가장 첫 번째 관문으로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문화를 빙산모델로 1:1로 대입하는 것은 약간의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왜 문화 관련 전문가들은 문화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굳이 빙산 모델을 사용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빙산의 수면 밑에 숨겨진 부분을 처음부터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듯이 문화에 있어서도 문화 II의 존재는 문화연구자들 사이에서도 꽤 늦게 알려졌다. 문화 II가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가치관, 신념, 세계관, 사고방식 또는 사회적인 규범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 뇌 또는 머리 속에서만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문화 II의 특성을 가장 이해가 쉽게 설명한 이는 '문화의 결과'의 저자 Geert Hofstede가 아닌가 싶다. 그는 문화 II를 컴퓨터에 비유해서 '정신의 소프트웨어'라는 용어로 정리했다.
컴퓨터가 하드웨어만 있고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어떤 입력된 자료도 유용한 정보로 처리되고 정리되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인간 역시 '문화 II'라는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어떠한 느낌, 행동, 언어도 표현될 수 없다. 인간이 오감이라는 하드웨어를 통해서 자료를 입력하면 그것을 논리적/체계적으로 의미를 부여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문화 II라고 하는 정신적인 소프트웨어이다. 물론 이 말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하는 가를 100% 결정하는 것이 문화 II라는 뜻은 아니다. 사람마다 각 개인의 성장배경 및 과정에서 오는 성격차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또는 개인의 느낌, 생각,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문화 II는 각 개인이 속해 있는 공동체 또는 집단이 공유하는 가치관, 신념, 세계관, 사고방식, 규범의 영역을 일컫는다. 여기서 개인 차이와 문화 차이는 서로 대립되는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개인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은 모든 개인차이 이면에는 문화 II라는 공동의 정신적인 소프트웨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고기가 물을 떠났을 때 비로소 물의 중요성을 깨닫듯이 사람들은 문화 II가 있다는 것을 타 문화권 사람들을 만났을 때 비로소 깨닫는다. 즉 상대방의 느낌, 행동, 말, 사고방식이 자신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을 때 문화 II는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1900년도 영국인 Arthur H. Schmith가 '중국인의 특징'이라는 책을 발간한다. 그 책의 서문에서 그는 동시대인으로 중국 세관 총책임자로 40년 넘게 일을 한 Robert Hart의 말을 다음과 같이 인용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중국에 대해서 꽤 많이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지금 나에게 중국에 관한 글을 써보라고 한다면, 마치 내가 중국에 막 도착한 신참인양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 지 전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다음의 사실이다. 내 조국 영국에서는 부러지지 않으려면 휘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데 반해, 이곳 중국에서는 부러지지 않으려면 휘어져야 한다고 말을 한다."
항해하는 배들이 빙산에 충돌하는 사고가 없었더라면 사람들은 아마도 빙산의 실체가 수면 밑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길이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문화 II도 타 문화권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충돌이 없다면 그 존재를 알아차릴 수가 없다. 여기서 충돌이라 함은 본인에게 지극히 당연한 것이 상대방에게는 전혀 당연하지 않는 것을 경험하고 알게 되는 일이다. 물론 문화 I에서도 사람들은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한다. 예를 들면 식탁 위에 놓여진 물은 당연히 마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그것이 손을 씻는 용도의 물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그 충격을 통해서 문화 I의 차이를 확인한다. 그러나 문화 I의 차이로 인한 충격은 항해하는 거대한 배를 침몰시킬 만큼 비중이 크지는 않다.
문화 II는 수면 밑의 빙산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문화간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결정적인 갈등요인으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문화 II의 구성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가치관, 사고방식, 신념, 규범 등은 가족, 학교, 직장 등의 공동체 속에서 늘 '옳고, 가치가 있는 것, 당연한 것'으로 가르침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것들과 반대되는 가치관, 사고방식, 신념, 규범 들은 자동적으로 '틀린 것, 가치가 없는 것, 당연하지 못한 것'인양 해석됨으로써 필연적으로 갈등을 야기시킬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갈등을 경험하면서 이것이 문화차이에 기인한 것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그것을 개인의 가치관, 신념의 차이로 해석한다. 왜냐하면 그때 인지하는 갈등의 양상이 문화차이가 없는 커뮤니케이션 상에서 나타나는 갈등의 양상과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화간 커뮤니케이션에서 생기는 갈등은 개인이 조금만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생각하고 일방적으로 갈등의 책임을 상대방에게만 돌리는 양상을 띠게 된다. 이처럼 문화간 커뮤니케이션에서의 갈등이 보이는 문화차이 때문에 생긴 충격보다 훨씬 복잡하고 심각한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은 문화 II의 특성이 겉으로 보기에는 개인차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의 다양한 말, 행동, 생각 이면에 숨겨져 있어서 보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 II는 그 크기를 수면 밑의 빙산처럼 눈으로 확인할 길은 없지만, 문화간 커뮤니케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바로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효과는 더욱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 있어서 문화간 커뮤니케이션 연구자들이 문화 차이라고 말할 때 '보이는 문화차이'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문화차이'를 강조함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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