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메트로 마닐라에서 약 반년정도 거주하고 있는 30대 남자입니다.
제가 몇일전 상상하지도 못한 사건을 겪어서 경험담을 공유하고자 글을 남깁니다.

약 1주일전 제가 퀘존에서 말라떼로 이사를 하게 돼었습니다. 가방이 몇개가 있었죠, 러기지랑 골프채 등등... 근데 택시에서 내릴때 깜빡하고 뒷좌석에 놔둔 큰 배낭을 가지고 내리지 않았어요 ㅠㅠ
트렁크에 실린 짐들 신경 쓴다고;;;; 내린지 10여분 지나서야 배낭을 두고 내린걸 깨달았죠...

가방안에는 달러 600불 가량, 여러장의 신용카드, 여권, 신형 노트북, 휴대폰 하나, 면세점에서 산 새 향수, 그리고 옷가지 등등... 모든 물건 값어치가 대략 150만원 정도는 됫었어요...
돈도 돈이지만 이것저것 집기들이 다 있어서 엄청 짜증이 났어요. 여권도 재신청 해야 하고, 카드 정지 시켜야 하고, 세면도구 등등 싹다 사야 되고 ㅠㅠ

당연히 택시 번호판은 기억이 안나고 심지어 어느 회사인지도 기억이 안나서, 황당해 하던 찰나에 제가 택시를 내린 콘도미디엄 cctv 영상을 체크 해보기로 하고, 콘도 직원들과 cctv 룸으로 갔습니다. 비디오 리와인드를 해보는데, 화질이 엄청 안좋아서 화면상으로 번호판 식별은 불가 할것 같았고, 혹여 택시 회사 이름이라도 식별 되길 기대하며, 리와인드를 직원과 같이 했습니다.

근데 이게 웬걸~~ ~~ 제가 택시에서 내린 약 5분 간의 영상이 통으로 사라진거였습니다 ㅠㅠ 직원들을 닥달해도 자기들도 그 이유는 모른다며,,, 이때 얼마나 짜증이 나던지,, 오늘 제대로 재수 없는 날이라고 완전 좌절하고 있었죠. 그래도 일단 신용카드를 정지시켜야 했기에, 말라떼에서 설렁탕집을 오래하고 있는 형 가계에서 인터넷 폰을 빌려 신용카드 다 정지시키고 등등... 어쨋든 당연히 저 포함 주변 모든 사람들이 가방 찾느건 불가능 하고 그냥 액땜했다고 생각하라며, 위로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한 이틀이 지났나요~~~ 이메일 한통을 받았습니다. 이메일 내용은 자기는 TV5 방송국 직원인데, 택시 기사가 제 가방을 방송국에 맡겨 두고 갔다고 찾으로 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두둥~~~~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완전 기분이 좋아서 방송국에 전화 해서 만날 약속을 그저께 월요일로 잡았습니다. 당연히 현금, 노트북, 휴대폰은 그 안에 없을거라 생각했죠. 그래도 가방이나 옷가지들 등등 이라도 찾는게 어디냐며 완전 기분이 좋았드랬습니다 ^^

드디오 그저쩨 월요일 약속한 오후 2시에 방송국에 갔습니다. 그런데 저를 라디오 방송 부스롤 데리고 가는 겁니다.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물어보니, 오후 2시 라디오 생방송 프로그램에 제가 출연해야 된다고 하더라구요. 가방을 돌려준 택시 기사에게 감사인사하려.. 그리고 이런 일 자체가 워낙 말도 안되는 메트로 마닐라이기에 방송국 사람들도 이런 미담을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었던것 같아요.

드디어 2시에 방송이 시작되고 오후 2시 30분경 라피 툴포 라는 호스트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 부스에 진입하게되었습니다. 호스트가 제 가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카메라가 찍는 와중에 호스트가 제 가방에서 귀중품들을 하나 하나 꺼내면서 지갑, 노트북, 휴대폰, 현금 등등.. 카메라 앞에서 보여주는 겁니다. 미화 600불이면 25,000페소 정도 되는 가치니 그리고 가방안의 물건 총 값어치가 60,000페소 정도 되니 어쩌니 하면서, 멘트를 막 하는거예요. ㅎㅎ

약 5분 여간 호스트의 질문에 제가 대답하면서, 방송 전파를 탔드랬죠^^;; 그리곤 제가 가방을 돌려 받고, 카메라 앞에서 귀중품들을 하나하나 체크했습니다. 모든 물건들이 그대로 다 있었습니다. 심지어 현금 한장 까지도요....
호스트의 요청으로 가방에 있던 600불을 꺼내 한장 한장 세어보는 액션까지 취했구요 ㅋㅋㅋ
한국에서도 단 한번도 방송 타본적이 없는데, 필리핀에서 방송을 타다니;;;;

그리고 전 라디오 부스를 나오고, 다시 카메라 앞에서 짧은 인터튜를 다시 했습니다.
방송국 직원 말로 몇일안에 뉴스에 나올거라고 하더라구요. ㅋㅋ 라디오 방송은 안떨렸는데, TV 방송은 좀 긴장되더라구요 ;;;;

방송국을 나오면서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었습니다. 가방안에 마침 제가 항공권 출력해놓은 종이가 있어서 거기에 표시된 제 이메일로 연락을 할수 있었다 하더라구요^^ 만약 그 항공권이 없었으면 으.....
상상도 하기 싫네요..

여지껏 메트로 마닐라 생활하면서 현지인을 욕을 많이 했었거든요. 특히 택시 기사들요.. 워낙 못된 얘들이 많은것 같아서... 더군다나, 저에게 가방을 돌려준 기사도 처음 제가 택시 탈때 트래픽 심하다고 웃돈 안주면 말라떼로 가지 않을거라고 실갱이를 했던터라,,, 전 이기사 나쁜 기사라 생각하고 당연히 가방 돌려 받는건 상상도 못하고 있었거든요 ㅠㅠㅠ

진짜 제가 신의 축복을 받은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피노이들 대할때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않고 좋은 감정으로 대하려고 노력해볼려 합니다. 물론 택시 타고 내릴때 가방을 절대 조심해야겠죠 ^^
모든 교민분들도 항상 택시 탈때 물건 잘 챙기셔서 저같이 마음 고생 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아마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긴다며 절대로 가방을 다시 못돌려 받을거니까요 ^^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행운이 깃드시길 필리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