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헬레스 식당 방문기 1
프렌드쉽은 물론이고 필즈에비뉴나 더 나아가 네포쪽 또는 마운틴뷰, 발리바고 쪽에도 한국식당이 심심치 않게 있습니다. 가끔 놀라기도 합니다.
‘여기에 한국식당이 있네?’하고 말입니다.
하긴... 졸리비를 가려면 반 시간은 너끈이 쿨럭이는 지프니를 타고 번화한 곳으로 나가야하는 시골동네 주유소 편의점에도 한국라면이나 소주가 들어와 있는 필리핀이다 보니 그리 놀랄일도 아닐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유달리 한 번더 간판 이름을 확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오션” 1,2호점 이니 “오까네“ 1, 2.... 그리고 여기저기서 보이던 ‘송일국’이라는 간판처럼 분점이 있는 경우지요.
타국에서 자리잡고 분점까지 내며 열심히 사시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고 부럽기도 합니다.
고만고만한 월급받고 속편하게 사는지라 사업하는 분들이 더 대단하게 보이죠.
저도 소싯적에는 사업 ‘공상’을 많이 했습니다.
‘식당을 열어 대박을 낸 후 체인점을 모집하고 식자재 유통업으로 진출....’
머릿속에서는 기와집을 몇 번이나 올렸다 내렸다 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잘 되었으면 요즘 막 잘나가는 백종원씨 보다 더 부자가 되고 한국 CJ 만큼이나 큰 회사 오너가 되어있겠지요.
제가 했던건 사업 ‘공상’이었습니다. 사업 구상과 공상은 많이 다르죠.
어쩌면 그렇게 흘러보낸 많은 생각 중에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있었을 수도 있었겠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저도 떵떵거리며 살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 큰 부자가 되어있을지도...
그냥 막연히 그랬으면 좋겠네 하는 것이 제 생각이었던 거죠. 거기서 ‘끝’인 거죠.
아무튼...저는 요식업 관계자가 아닌 관계로 식당 운영의 묘는 잘 모릅니다. 그냥 일반 손님으로 식당에 들어가는 게 제 일의 전부이니까요. 실은 식당을 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오죽하면 ‘마누라가 미우면 식당 차려줘’라는 반쯤 농섞인 말도 있지 않겠습니까?
성경에 보면 만나MANNA라는 음식이 나옵니다.
이름 참 ‘맛나’게 지었죠?
만나는 사막에서 자라는 나무나관목의 어린잎사귀에 맺히는 이슬 모양의 구슬이랍니다. 밤에 기온이 내려가면 비교적 단단히 굳어진답니다. 아직도 사막의 베두인 족은 이것을 모아 식량으로 사용하죠.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일 이집트를 탈출할 때, 이 만나 덕분에 굶지 않을 수 있었다 하네요.
오래전에 한 잡지에서 동양의 두부를 만나에 비유한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식물성 고단백질에 이러저러한 영양이 풍부한 완전식품에 가까운 신이 내린 등등....의 수식어가 달려있었죠. 이런 영양학적 구성요소는 둘째로 치더라도 갓 만든 따끈따근하고 부드러운 두부는 참 맛있습니다.
한중일 모두 두부를 먹습니다. 중국은 두부를 삭혀서, 일본은 두부 자체로, 한국은 찌개나 국에 넣어 먹는 문화가 발달했다고 합니다. 두부가 메인인 두부 전골은 말할 것도 없고 두부가 들어간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심지어 한미 합작품 부대찌개에도 두부가 들어가죠.
그런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두부 요리는 “두부두루치기”입니다.
두루치기는 일종의 자작자작한 국물요리입니다. 제육볶음과 돼지 두루치기는 80-90퍼센트 싱크를 보입니다. 대전에 가면 오래된 두부 두루치기집이 있습니다. ‘광천집’이라는 식당인데 일단 들어가면 좀 허름한 실내에 실망하실 수도 있지만 소문난 맛집입니다. 오는 손님마다 다들 두부두르치기를 주문합니다. 두부두르치기는 따끈한 칼국수 국물과 함께 나옵니다. 거기에 막걸리를 곁들이면 이보다 더 좋은게 없죠. 매운 것 않좋아 하시는 분은 좀 힘들 수도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정말 ‘무식하게’ 고춧가루를 많이 넣고 요리를 하거든요. 이 두부두르치기 주문하는 분들은 칼국수 사리를 주문해 두부두루치기 국물에 비벼 먹습니다. 그 맛이 일품이죠.
그래서 대전에 있는 유명한 칼국수 집에서는 두부두루치기를 메뉴에 올려놓은 곳이 많습니다.
칼국수+두루치기
정말 환상의 조합이죠.
제가 혼자 먹기 레벨 만랩 9중에 8정도됩니다.
패밀리 레스토랑 뷔페도 혼자가보고 식당서 혼자 소주도 시켜 먹습니다.
(혼자 고기집 가면 레벨구 만렙이라네요)
4년전인가? 5년전 얘기입니다.
그날도 혼자 쐬주 한잔 하려고 안주 선택을 고심하고 있었습니다.
앙헬레스에서도 두부두루치기를 하는 집을 발견했더랬죠.
“와우... 뻘거죽죽한 국물이 자작하게 배어있는 부드러운 두부를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여기 앙헬레스에서 생기다니” 기쁜 마음으로 주문했습니다. 두부두르치기 그까이꺼 뭐 만드는게 어려워? 이러는 분도 계시겠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저도 몇 번 집에서 해봤는데 두부두르치기가 이나라 두부탕이 되더군요(차라리 중국 마파두부 만드는게 더 쉽더군요)
한국 식당이면 의레 제공되는 밑반찬에 소주를 서너잔 마셨을 때 즈음, 요리가 나왔습니다.
나온 음식은 제 상상속에 두부두루치기가 아니었습니다.
비주얼을 설명해 드리자면,
명절 아침 차례상에 올라가는 두부전을 코스모스 이파리마냥 둥근 접시 위에 예쁘게 둘러놓고 그위에 양념간장을 뿌려놓은 음식이었습니다. 이건 제육볶음을 주문했는데 삼겹살 구워서 쌈장 발라 놓은 격 아니겠습니까? 부들부들하고 매콤한 맛을 기대했던 저는 약간 욱 했습니다. 다행히 사장님은 자리를 지키고 계셨고 사장님에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사장님... 이건 좀 아니지 싶은데요. 이게 어딜 봐서 두부두루치기인가요?”
사장님 왈
“아... 저희 집은 원래 그게 두부두루치기에요. 두부에 양념장 올라가는. 저기 메뉴판 보세요 메뉴판에 ‘양념’두부두루치기라고 적혀있죠?”
양념두부두르치기... 허허... 네이밍센스가...
사장님 참 쿨하시더군요.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메뉴로 바꿔 주신다네요. 전 고심에 고심을 했습니다. 혼자 소주 마시는데 어떤 메뉴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고등어 구이 백반>을 고릅니다.
요즘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 그 등푸른 고등어. 저는 발라먹기 힘든 갈치 보다 가시가 별로 없는 고등어 꼬리를 더욱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었던거죠.
소주 한 병을 다 비웠습니다. 소주 한병 더 주문하는 찰라에
드디어 <고등어 구이>가 나옵니다.
저는 그때 이나라 고등의 생김새를 처음 알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몸통이 둥그스럼하게 살이 올라 우리 동양인의 째진 눈처럼 생겨야 하는 고등어가...머리가 가분수.... 라푸라푸마냥 큰겁니다. 아무리 봐도 고등어가 아닙니다. 남해에 전갱이 낚시를 가서 어린 고등어도 많이 잡아봐서 이 녀석이 자라다 만 고등어가 아님도 잘 금방 알겠더라고요. 한 번 메뉴를 바꿨는데 두 번째 선택한 메뉴도 이렇다니....
그냥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 다금바리나 이나라 라푸라푸나 그게 그거라는데 참 다르게 생겼지... 그래 그럴 수도 있어! 생물이란 그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니까.“
고등어도 나도 필리핀에 적응해 가는 중이구나 이렇게 생각했죠.
그러나 문제는 말그대로 <구이>가 아닌겁니다. 조리시간을 줄이기 위해 얊은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음식었죠. 백번 양보해서 고등어라는 이름을 단 이름 모를 생선을 정말 고등어라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렇게 조리했다면 메뉴에 이름이 <고등어 구이> 이렇게 들어가면 안되는 거죠.
그냥 먹기로 했습니다. <고등어구이>나 <고등어사칭생선튀김>이나 윗속에 들어가 위산과 섞여 소화되서 대장으로 넘어가면 그게 그거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제가 그 식당을 다시는 안갔느냐?
그건 아닙니다.
그집 만둣국이랑 칼국수는 괜찮습니다.
한국에 정말 소문난 집 만큼이야 안되지만 그래도 이 타국에서 그만큼 맛내기 쉽지 않으니까요.
최근에 그 집 가본 게 작년이군요.
작년에 갔을 때 까지도 그 메뉴 그대로 메뉴판에 있었습니다.
저랑 비슷한 문화충격을 받고 싶으신 필고회원님들은 도전해 보심도 괜찮지 싶습니다.
AI answer
Lorem ipsum dolor sit amet consectetur adipisicing elit. Aliquid pariatur, ipsum similique veniam. Quisquam, quod. Quisquam, quod. Quisquam, quod. Quisquam, quod. Quisquam, quod. Quisquam, quod. and the drug lord.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