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 아들 낙선 부통령 선거 부정의혹 공방도 가열

필리핀이 오는 30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연일 시끄럽다. 

범죄자를 사살해도 좋다는 차기 대통령의 범죄 소탕 계획은 국내외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 부통령 선거의 부정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면서 정치·사회 불안이 우려된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과 동시에 경찰과 군을 동원해 대대적인 범죄 소탕에 나설 계획으로, '마약왕' 검거 포상금으로 최고 500만 페소(1억2천675만 원)를 이미 내걸었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나쁜 놈이라면 언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암살을 면할 수 없다"며 부패 언론인은 살해당해도 괜찮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AFP=연합뉴스]

 

이에 대해 유엔 인권전문가들은 물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까지 나서 "불법이고 기본권과 자유의 침해"라며 두테르테 당선인을 강하게 비난했다.

유엔 인권전문가들에게는 "집에 가서 잠이나 좀 자라"며 맞받아친 두테르테 당선인은 반 총장의 비판과 관련,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은 범죄자 처형을 옹호하지 않는다고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두테르테 당선인의 살바도르 파넬로 대변인은 11일 "반 총장이 부정확한 언론 보도를 접한 것 같다"며 "법에 어긋나는 처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두테르테 당선인의 사형제 부활 추진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취임 초 의회에서 관련 입법에 나설 계획인 그는 일부 하원의원 당선인과의 모임에서 "사형제가 재도입되면 매달 50명의 죄수를 교수형에 처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필리핀은 1987년 사형제를 없앴다가 1993년 살인과 아동 성폭행, 납치 범죄에 한해 부활한 뒤 2006년 다시 폐지했다.

가톨릭계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며 사형제 부활에 반대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전 인구의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다.

'사형제 반대 연합'의 실비노 보레스 대표는 사법시스템이 불완전한 상황에서 충분한 법률 조언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이 사형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며 범죄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르코스 주니어 상원의원[AP=연합뉴스]

 

부통령 선거 결과를 둘러싼 공방은 필리핀 정국 불안의 요인이 되고 있다.

독재자 마르코스의 아들 마르코스 주니어 상원의원은 지난 10일 두테르테 당선인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아키노 현 정부와 집권 자유당(LP)이 매표 등 부정선거로 약 300만 표를 훔쳐갔다고 주장했다.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은 지난달 9일 실시된 부통령 선거에서 여당 후보인 레니 로브레도 하원의원에게 26만3천여 표 차이로 졌다. 그는 오는 28일 대통령선거재판소에 선거 결과 이의 신청을 할 계획이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부통령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이 전했다. 그러나 두테르테 당선인이 어떤 조치를 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자 로브레도 부통령 당선인은 11일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깨끗한 선거를 했다"며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을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이 선거 상처를 치유하기보다는 국가를 계속 분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 당선인(가운데)[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