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에 대해서 관용은 없다." "부패경찰관은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 "마약상들을 죽여도 좋다." 독재자나 할 법한 발언들을 내뱉고도 최고의 지지율을 올리고 있는 인물이 있다. 지난 6월 30일 필리핀의 제16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로드리고 두테르테(71)다. '징벌자(The Punisher)'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은 그는 이와 같은 범죄와의 전쟁을 말로만 끝내지 않을 것을 화끈하게 밝혔다. 대통령 취임 전부터 "마약범을 죽여버리겠다"는 그의 말에 겁을 먹은 필리핀 전국의 마약상들과 마약투약범들 6만여 명이 줄줄이 자수하기도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후 6개월 이내에 범죄소탕'이라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일차적으로 마약사범을 집중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2016년 7월 현재 마약상, 마약범 등에 대한 즉결심판으로 사살된 숫자는 300여 명에 이른다. 이에 생명의 위협을 느껴 지역 별로 수만 명이 투항하는 등 마약관련 범죄 소탕은 상당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필리핀 내 마약 소탕이 종결되면 다음 타깃은 온라인 불법도박이며, 이들에게도 역시 무관용 원칙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한인 사회는 두테르테의 정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최근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필리핀 내 한인 대상 범죄 또한 두테르테의 철퇴를 맞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필리핀에서 살해된 한국인은 2013년부터 2016년 7월 현재까지 총 36명에 달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012년 이후 해외 교민 피살 사건의 약 40%가 필리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필리핀 내 한인 범죄가 다시 급증함에 따라 한국인 대상 범죄를 전담 처리하는 '코리안 데스크'가 중부 세부 등 5개 지역에 올해 추가로 설치되기도 했다.   
 
필리핀 내에서 한국인들은 돈이 많으며 개인 행동을 즐겨한다는 점 떄문에 주요 강력 범죄의 대상이 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필리핀 내 '혐한'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는 것도 범죄율을 증가시키는 데 한몫했다. 필리핀 내의 일부 한인들이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필리핀인들을 무시하거나 폭행을 휘두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 이 때문에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에서는 필리핀을 방문하거나 이미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재력 과시를 하지 말고 필리핀인들을 무시하지 말 것"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도 했다. 
 
'필리핀 살인기업' 최세용 일당처럼 교민이 다른 교민이나 한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 역시 필리핀 한인 사회의 커다란 그림자였다. 마닐라 시에 살고 있는 한 필리핀 교민은 "두테르테가 집권하기 전에는 저녁에 잠이 들어 아침에 무사히 일어나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라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상 일반 국민들은 물론, 한인들에게 실보다는 득이 더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두테르테의 '즉결심판'에 따라 처분된 마약범죄자들 가운데에는 일반인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주장이다. 정식 재판 없이 곧바로 사살에 이르기 때문에 그가 마약범죄자인지 일반시민인지 알 길이 없기 때문. 실제로 최근 마약 사범 소탕에 휘말려 한 무고한 대학생이 즉결처분을 당하면서 필리핀 사회 내에서도 무분별한 처분 집행에 범죄와는 다른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필리핀 교민은 "무질서한 법 집행에 일반인들이 희생되면서 인권문제도 서서히 제기되는 등 취임 후 약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가 몹시 혼란스럽다"라며 "두테르테의 강력한 범죄 척결은 부패와 범죄가 만연한 필리핀에 꼭 필요하지만 그 방법이 너무나도 비인권적"이라며 우려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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