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노’는 그저 아버지다운 아버지를 원한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필리핀에서 온 8세 소년 제라드군과 그의 어머니 제럴딘(46)씨가 피켓을 들고 섰다.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한글로 만든 피켓에 ‘코피노에게 행복을 찾아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코피노는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아이를 말한다. 이날 시위는 태어나 처음으로 아버지를 만나 어렵게 그의 자식이라는 점을 인정받은 제라드, 아버지를 만나본 적이 없는 또 다른 코피노 아동들을 위한 것이었다. 공교롭게 이들이 시위를 한 날은 모바일게임업체 넥스트플로어가 게임일러스트 공모전에접수된 선정적인 코피노 캐릭터 피노 델 미트파이에 특별상을 수여하기 전날이었다( 관련기사 ). 진짜 코피노 아이들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외로운 노력을 이어갈 때 게임 캐릭터를 통해 ‘코피노는 성매매를 하고 인신매매를 당하다 악마와 계약하는 존재’로 왜곡됐던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간극이 지극히 현실적이라고 말한다. 코피노 문제는 깊은 편견 속에서 수년간 제자리 걸음을 반복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