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인 예비 처제를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A씨(38)의 변호인단과 검찰이 항소심 첫 공판기일부터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20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이재권 수석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피해 여성을 비롯한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이 신청한 증인은 피해 여성과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된 피해자 언니의 친구, 피해자의 심리치료를 도운 심리치료사, 필리핀인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이주민센터 관계자 등 4명이다. 피고인 변호인 측은 이들 가운데 심리치료사와 이주민센터 관계자 등 2명은 사건 발생 이후 수개월이 지난 뒤 신청된 것으로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며 반대했다. 검찰은 1심 재판 과정에서 유죄 입증 등에서 미흡하게 대처했다고 인정하면서 성폭력전담 검사가 증인신문과 공소유지에 나서고, 필리핀인 피해 여성의 특성을 고려해 증인 채택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내달 피해 여성을 우선 증인신문하고, 추후 나머지 3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결혼식을 사흘 앞둔 지난 2월 15일 새벽 자신의 집에서 자신과 결혼하는 언니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에 입국한 필리핀 국적의 예비 처제 B씨(20·여)를 강제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검사가 공소사실을 증명할 증거가 부족하고, 위협이나 폭행 등으로 피해자 항거를 억압했다는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며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제주와 전국 38개 여성단체·이주민 지원단체는 ‘이주여성 친족 성폭력 사건에 따른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동대응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