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에서 일하는 필리핀 근로자들이 고용주의 학대에 반발해 귀국하는 행렬이 이어진다. 12일 필리핀 ABS-CBN 방송 등에 따르면 필리핀항공과 세부퍼시픽항공 등 필리핀 국적 항공사들은 쿠웨이트에 파견된 자국 근로자들의 귀국을 위해 무료 전세기를 운항한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쿠웨이트에서 필리핀 근로자가 학대받고 자살하거나 살해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며 지난 9일 이들 항공사에 귀국 희망자 수송 지원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두테르테 대통령은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20대 필리핀 여성이 고용주에 의해 살해돼 시신이 1년 넘게 아파트 냉동고에 보관된 엽기적인 사건까지 일어나자 "필리핀인은 누구의 노예도 아니다"고 발끈했다. 오는 13일까지 800명 이상의 필리핀 근로자가 귀국하는 데 이어 추가 귀국도 이뤄질 예정이다. 실베스트레 벨로 필리핀 노동고용부 장관은 "지난 9일 현재 2천200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귀국 의사를 보였다"고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레나토 페드로 빌라 주쿠웨이트 필리핀대사는 지금까지 최소 1천300명의 근로자들이 쿠웨이트 당국의 출국 허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체류비자 기한을 넘겼거나 고용주의 학대를 피해 도망친 근로자로, 벌금 부과 등 쿠웨이트 당국의 처벌 없이 귀국길에 오른다. 필리핀대사관과 쿠웨이트 이민국은 오는 22일까지 비자 기한 초과 체류자들을 상대로 사면 신청을 받아 귀국을 지원한다. 필리핀 정부는 귀국 근로자들의 재취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쿠웨이트에 대한 근로자 신규파견을 중단하고 현지 필리핀 근로자의 전원 철수도 경고하며 쿠웨이트 정부에 근로자 학대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쿠웨이트에 있는 필리핀 근로자는 25만 명가량으로 이중 약 75%가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mail protected]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2/12 11:10 송고 ============== 쿠웨이트 간 필리핀가정부에 무슨 일이…이번엔 냉동고 시신유기 필리핀 정부, 학대·살해 문제제기…두테르테 "노예 취급 말라" "비행기 보내니 원하는 근로자 귀국하라"…신규파견 금지 등 강경대응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쿠웨이트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필리핀 여성들에 대한 학대 문제가 양국의 외교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인다. 한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살해되고 시신이 1년 넘게 아파트 냉동고에 보관된 엽기적인 사건까지 드러나면서 필리핀에서 반쿠웨이트 정서가 일고 있다. 11일 일간 필리핀스타와 마닐라불러틴 등에 따르면 최근 쿠웨이트에 있는 한 아파트의 냉동고에서 필리핀 여성 조안나 다니엘라 디마필리스(29)의 시신이 발견됐다. 디마필리스의 몸에는 구타와 목 졸린 흔적이 있었으며 1년 이상 냉동고에 시신이 보관된 것으로 추정됐다. 그녀를 고용한 부부가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알려졌다. 디마필리스가 2016년 필리핀에 있는 가족에게 2018년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 것이 마지막 전화통화였다. 이 사건을 보고받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9일 "필리핀인은 누구의 노예도 아니다"며 "필리핀 근로자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가 언제 끝날 것인가"라고 한탄했다. 조엘 빌라누에바 필리핀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이번 필리핀인 살해사건을 강력히 비난하며 해외 파견 근로자 보호를 위한 비상대책 수립을 주문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쿠웨이트에 있는 필리핀 근로자가 가운데 원하는 사람은 72시간 이내에 고국으로 돌아오라며 전세기를 보내겠다고 말했다. 쿠웨이트에 있는 필리핀 근로자는 25만 명가량으로 주로 가사도우미다. 1차로 약 800명의 근로자가 귀국할 계획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쿠웨이트에서 사망한 필리핀인이 2016년 82명에서 2017년 120명으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 중 일부는 자살하거나 살해됐으며 그 이전에 성폭행이나 각종 신체 학대를 당했을 것으로 필리핀 정부는 추정한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몇 개월 사이에 쿠웨이트에서 4명의 필리핀 여성을 잃었다"며 이들 여성이 고용주의 성적 학대에 시달리다가 자살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쿠웨이트에 대한 근로자 신규파견을 중단한 데 이어 필리핀 근로자 전원 철수까지 경고했다. 필리핀 정부는 12일 신규파견 중단을 파견 금지로 강화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쿠웨이트 정부의 대책 마련을 다시 한 번 촉구할 계획이다. 그동안 쿠웨이트 정부는 모든 외국인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며 필리핀 가사도우미 학대 사건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email protected]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2/11 12:3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