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행정부가 자국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조세개혁 법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인프라 개발 재원 마련을 위한 이 조세개혁 법안이 오히려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키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17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행정부가 지난 11일 차리토 플라자 필리핀 경제자유구역청장(PEZA)의 조세개혁법 반대 청원을 받았다고 전했다. PEZA는 필리핀 통상산업부(DTI) 산하의 대표적인 투자유치기관으로, 다수의 대기업들이 PEZA에 등록돼 있다. 플라자 청장은 이날 수도 마닐라에 위치한 세계무역센터에 모인 외국인 투자자들 앞에서 “정부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우리의 산업과 투자자들을 죽이지 말라고 간청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 23년간 투자자들의 필리핀 경제 공헌도를 기리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서 2000명 이상의 기업 중역들이 참여했다. 이 행사에 참가한 임원들은 오는 5월 의회 회기가 다시 열리면 두테르테 정부가 발의한 조세개혁법(Tax Reform for Acceleration and Inclusion Act), 일명 ‘TRAIN 법안’이 상정될 것이라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TRAIN 법안은 조세 개혁을 통해 인프라 개발에 필요한 재원 1600억 달러(약 170조 6000억 원)를 마련하는 데 주 목적이 있으며, 지난해 12월 개인소득세를 낮추는 대신 석탄과 연료 등의 제품에 추가 부담금을 매기는 것을 골자로 하는 1차 법안 패키지가 통과된 바 있다. 이번에 두테르테 정부가 통과시키고자 하는 것은 TRAIN 법안의 2차 패키지로, 법인세를 현행 30%에서 25%로 점진적으로 인하하고 대신 현재 대기업들이 주로 혜택을 받고 있는 보조금을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필리핀 당국은 수출 위주의 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로 최대 8년 간의 법인소득세 면제 기간을 주고 있다. 이후에는 5%의 세율이 부과된다. 그러나 재무부는 이 면세 혜택을 실적 기반으로 바꾸고자 하고 있다. 이는 모든 기업들이 세금 면제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뜻이다. 또한 이후에 부과되는 5%의 세율도 순 과세소득의 15%로 인상할 예정이다. 플라자 청장은 “TRAIN2 법안은 PEZA와 업계, 투자자들의 목을 치는 칼이 될 것”이라면서 “모든 업계가 입장문을 내고 있으며, 모든 이들이 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필리핀의 조세 인센티브는 많은 영어 가능 인구수와 더불어 필리핀이 업무처리 아웃소싱 분야에서 인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국이 되게끔 만든 주요 원인이었던 만큼 이를 축소할 경우 필리핀의 아웃소싱 분야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필리핀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지난해부터 급감하기 시작했다. 필리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승인 외국인 투자는 51.8% 감소해 1056억 페소(약 2조 1600억 원)에 머물렀다. 이는 최근 12년래 가장 낮은 수치다. 플라자 청장은 지난 2월 “TRAIN 법안으로 인해 2017년 정부가 게임 한복판에서 규칙을 다 바꿔버릴 수 있다는 시장의 두려움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테르테 정부의 조세 개혁 움직임이 필리핀의 외교 정책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을 다시금 키웠다는 것. 필리핀은 최근 수년간 꾸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증가세를 보여왔다. 미시경제적 조건들이 개선되고 베그니노 아키노 전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된 반(反)부패 드라이브가 조금씩 효과를 발휘한 덕분이다. 그러나 두테르테의 조세 개혁을 지지하는 세력들은 현재의 법안이 필리핀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필리핀의 FDI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며, 30%에 달하는 법인세도 동남아 최고 수준으로 지나치게 높아 조세 개혁을 통해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이들은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동남아 지역 FDI 투자 유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달 초 2035년까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하고, 식음료·섬유의류·자동차·화학·전자 등의 지정 분야에서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태국도 450억 달러 규모의 동부경제회랑(EEC) 사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 조세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x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김지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