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페소화가 달러 강세에 11여년래 최저 근방으로 떨어지는 등 타격을 입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이날 달러-필리핀 페소 환율은 52.33페소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15일 기록한 2006년 7월 말 이후 최저치인 달러당 52.70페소에 근접한 수준이다. 올해 들어 페소화는 달러화에 4.6% 하락했다. 이는 신흥국 통화 중에서 6번째로 가장 많이 하락한 것이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터키 리라화, 브라질 헤알화, 러시아 루블화, 인도 루피화 등 신흥국 통화가 전방위로 타격을 받는 가운데, 필리핀 페소화도 무역적자 확대 등으로 재정악화가 지속할 것이라는 우려에 타격을 받고 있다. 필리핀의 지난 3월 무역적자는 26억1천만 달러로 거의 25%가량 증가했다. 정부의 1천700억 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로 철강 수입은 크게 증가한 반면 수출은 부진하면서 무역적자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본국으로 유입되는 해외 노동자들의 송금 자금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페소화 약세에 일조하고 있다. 필리핀 해외 노동자들의 본국 송환 자금은 지난 3월 23억6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9.8% 감소했다. 이는 15년래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필리핀 정부가 지난 2월 쿠웨이트에 근로자 신규 파견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필리핀 정부는 쿠웨이트 가정에서 일하던 필리핀 여성이 성적 학대를 받고 자살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해당 국가에 신규 근로자 파견을 중단했다. 쿠웨이트에서는 최근 7명의 필리핀인이 고용주의 성적 학대 등으로 사망했으며, 이들 사망자는 대부분 2016년에 파견된 가사도우미였다. 최근 쿠웨이트 정부가 노동자들의 복지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근로자 파견중단 조치는 해제됐다. 그러나 근로자들의 본국 송환 자금 회복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근로자들의 본국 송환 자금은 필리핀 경제의 10%가량을 차지한다. 이러한 자금은 역내 소비 활성화는 물론, 페소화 하락 때 이를 방어하는 데도 도움이 돼왔다. [email protected]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