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데스크 운영 큰 효과” 2016년 10월 필리핀 한인 밀집 지역인 앙헬레스 인근 사탕수수밭에서 총에 맞아 숨진 한국인 남녀 시신 3구가 발견됐다. 시신은 처참했다. 총알이 관통한 위치와 테이프 등으로 결박된 형태를 볼 때 ‘처형’한 듯한 잔인한 범행이었다. 현지에서 사건 수사를 위해 뛰어다닌 건 지난해 3월까지 3년 동안 앙헬레스 코리안데스크(한국인 사건 전담 경찰관)를 지낸 경찰청 인터폴계 이지훈(34·사진) 경감과 한국에서 파견된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수사관 등이었다. 강력사건 수사에 잔뼈가 굵은 국제범죄수사대 수사관과 현지 사정에 밝은 코리안데스크가 협력해 한국인 박모(40) 씨와 김모(36) 씨를 각각 필리핀 현지와 한국에서 체포할 수 있었다. 코리안데스크는 2012년 필리핀에서 처음 운영됐다. 마닐라에서 차로 1시간 이상 떨어진 앙헬레스는 교민들이 몰려 살며, 성매매나 카지노 등 유흥 업소가 많아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빈번하다. 이 경감은 팜팡가주 경찰청 수사국(CIDG)에서 2015년부터 근무했다. 코리안데스크는 현지에서 한국인 관련 사건이 일어났을 때 관련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등 현지 경찰과 공조 수사를 하는 일을 하거나, 현지 이민청과 협조해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는 일을 맡게 된다. 필리핀에서는 수사권이 없는 외교관 신분으로 지냈기에, 신변 안전에 위협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이 경감은 “필리핀에서 운전할 때는 항상 사이드미러를 확인하고, 음식점에서는 출입구가 보이도록 앉는 것이 습관이 됐다”며 “경찰 업무에 불만을 품은 악성 민원이 들어올 때면 누가 나를 해코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늘 조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필리핀에서 생활하며 국제범죄에 대해 많은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 경감은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많다”며 “코리안데스크가 필리핀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필리핀의 수사 방식을 다른 나라에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베트남에는 우리 경찰관을 파견할 수 없어 현지인이 코리안데스크를 맡고 있다”며 “다양한 국제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선 국제적 협조 체재를 강화하고, 인터폴을 통한 소통 방식을 다양화하는 등 긴밀한 공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