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를 방문 중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왼쪽)이 2017년 5월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필리핀은 이날 남부 민다나오 지역에 반란 조짐이 있다면서 60일 간의 계엄 통치를 선포했으며 두테르테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을 단축하고 조기 귀국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필리핀에 러시아제 자동소총인 '칼라슈니코프'를 공동생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현지 일간 필리핀스타가 4일 보도했다. 최근 필리핀이 러시아제 잠수함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자동소총 공동생산까지 거론되는 등 러시아가 영향력을 확장하는 모양새이다. 필리핀의 전통 우방인 미국의 속은 편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주재 러시아 대사인 이고리 호바예프는 전날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지난해 자동소총을 공동 생산하기 위한 생산설비를 필리핀에 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호바예프 대사는 러시아의 이같은 제안에 "숨겨진 의도나 정치적 조건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에 무기를 공급해왔다"며 "(필리핀도) 마음의 문을 열 때가 됐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필리핀은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안보 협력을 다양화할 때가 됐다"라고 강조했다.그는 "아직 필리핀 정부로부터 답변을 듣지 못했다"면서 "고려 중이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필리핀스타는 이같은 러시아의 제안이 필리핀과 안보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의 반대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미국은 러시아가 필리핀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바 있다. 미 국방부의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국방차관 랜달 슈라이버는 지난달 마닐라를 방문해 성명을 통해 러시아산 군사장비를 구매하지 말도록 경고했다. 그러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슈라이버의 이같은 성명에 대해 "그것이 동맹을 대하는 방법이냐"며 비판했다. 호바예프 대사도 미국을 비롯한 필리핀의 전통 동맹국들은 필리핀과 러시아의 무기도입을 포함한 안보 협력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