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이 쌀 수입 자유화를 단행했다. 그동안 농가 보호를 위해 정부가 쌀 수입을 관리해왔는데 앞으로는 민간기업의 참여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필리핀이 최근 기후 이상 등으로 인한 쌀부족 현상으로 가격이 급등하자 쌀 정책을 이같이 전환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국제 쌀거래가격은 쉽게 변동하기 때문에 필리핀의 이같은 결정이 오히려 쌀 가격의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필리핀은 우리나라와 같이 쌀이 주식인 나라임에도 전근대적인 방법으로 쌀을 재배하고 있는 농가의 비중이 높아 면적당 수확량이 낮은 편이다. 필리핀의 쌀 자급률은 약 90%에 불과하며, 부족분을 매꾸기 위해 나머지 전량을 수입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기후 이상 등으로 쌀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됐고, 올 1월과 4월에 25만톤씩 수입했지만 쌀 부족 현상은 해결되지 않았고, 남부 잠보안가 델노트시에서는 쌀 부족으로 인한 비상사태를 선언하기도 했다. 필리핀 현지의 쌀 가격은 지난 10일 현재 쌀 1㎏ 당 45.7페소(한화 약 940원)로 전년대비 20%가량 상승했다. 결국 필리핀 정부는 이달 25만톤의 쌀을 추가로 수입했고, 지난 25일에는 50만톤의 쌀을 추가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내년까지 쌀 가격을 40페소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달 필리핀을 강타한 22호 태풍 망쿳의 피해로 쌀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필리핀 정부는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했고, 그래서 꺼내든 것이 '쌀 수입 자유화' 카드다. 신시아 비리야루 필리핀 상원의원은 지난 17일 쌀 관세 대상에 추가 농업 관세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며 "현재 직면한 쌀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문제의 해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필리핀 하원은 지난 8월 동남아국가연합(ASEAN, 이하 아세안) 내에서 수입 제품에 대해 35%, 아세안 외에서는 40%의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필리핀의 대통령궁인 말라가나궁 측은 상원에 이 법안의 처리를 요청했으며, 상하 양원에서 세부사항을 정리하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서명하고 곧바로 법안을 발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