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내 유일한 죄는 초법적 살인”이라고 말하면서 마약 단속에서 법외 살인 및 처형이 자행됐다고 암시했다. 28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필리핀 대통령궁에서 비판세력을 향해 “내가 뭘 잘못했냐. 내가 페소 하나라도 훔치기를 했냐”며 “내 유일한 잘못은 초법적 처형(extra judicial killings)을 저지른 것”이라고 연설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 중 발생한 초법적 살인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꾸준히 마약 단속 과정에서 초법적 살인이 발생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소행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번 발언은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진행 중인 두테르테 대통령의 초법적 살인 혐의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ICC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2년 임기 및 다바오 시장 재직 중 마약 단속 명목으로 반인도적인 살인을 지시하고 감독한 것을 보고 관련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에 반발해 ICC에서 탈퇴하겠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6월 취임 후 강력한 마약 단속에 나섰다. 이에 마약 판매상 및 중독자 4500여명이 경찰의 합법적인 단속 과정에서 사망했다. 그러나 ICC에 제출된 민간 보고서에 따르면 사망자 수는 80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인권단체는 사망자 수를 1만2000명 이상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이런 초법적 처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ICC는 지난 2월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브래드 애덤스 아시아 담당 이사는 “이번 발언은 (초법적 처형의 책임이)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있는지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는 것”이라며 “이로써 ICC는 그의 다중(多衆) 살인에 대한 검토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논평했다. 또 “대통령의 범죄 가능성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필리핀 야당 소속 상원의원인 리사 온티베로스는 “고기는 입 때문에 잡히고 악독한 사람은 자신의 행동 때문에 잡히는 법”이라며 “그의 혐의 인정으로 초법적 처형에 대해 대통령과 그 지지세력에 책임을 물으려는 국가 및 국제사회 차원의 노력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 로크 대통령 대변인은 그러나 28일 오전 “대통령의 발언은 장난스러운 것이었다”며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해명했다. 대통령 법률 자문인 살바도르 파넬로는 “대통령의 발언은 마약범 살인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뜻이었다”며 “그는 과거에도 사법당국에 의한 법외 살인을 지속해서 부인해왔다”고 말했다. 박세원 객원기자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2722160&code=61131111&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