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7일 도박자금 1080억원을 276차례에 걸쳐 필리핀으로 밀반출한 조직을 적발했다. 경남지방경찰청 제공 거액의 현금을 해외로 밀반출해도, 몸에 지니고 나가면 현실적으로 적발할 방법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점을 악용해 도박자금 1080억원을 276차례에 걸쳐 필리핀으로 밀반출한 조직이 3년간 단 한차례도 발각되지 않고 공항을 드나들다가, 제보를 받은 경찰에 붙잡혔다. 경남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7일 필리핀에서 주로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카지노 도박장을 운영하며, 도박자금 1080억원을 밀반출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외화밀반출 조직 국내총책 천아무개(56)씨 등 8명을 구속하고 외화운반책 등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필리핀 현지총책인 천씨의 동생(53) 등 3명을 수배하고 이들의 여권을 무효처리했다. 천씨 형제 조직은 2016년 초 필리핀 마닐라 ㅅ호텔 카지노의 방 한칸을 임대해 운영하며 주로 한국인 관광객에게 도박장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외화운반책 23명을 고용해 한국에서 필리핀 현지로 도박자금 1080억원을 밀반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카지노에서 돈을 탕진한 한국인 관광객들은 자신의 한국 계좌에서 돈을 찾아 필리핀으로 가져오도록 동생 천씨에게 부탁해 도박자금을 마련했다. 한국의 형 천씨는 한국인 관광객이 알려준 계좌에서 도박자금을 인출해, 달러화나 유로화 고액권으로 환전한 뒤 외화운반책에게 시켜 필리핀으로 보냈다. 외화운반책은 한번에 평균 우리돈 4억원어치의 외화를 6다발로 나눠, 신발 밑창과 속옷 안에 숨긴 상태로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필리핀으로 갔다. 이런 방법으로 외화를 밀반출한 것이 경찰에 확인된 것만 2016년 10월부터 올해 초까지 276차례인데, 공항에서 단 한차례도 발각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해공항세관은 “세관은 입국하는 사람만 검사하고, 출국하는 사람은 검사하지 않는다. 3만달러 이상을 소지하고 출국할 때는 세관에 신고해야 하지만, 이를 어기고 출국하더라도 세관이 검사할 방도는 없다”고 밝혔다. 김해국제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 부산지역본부도 “출국할 때 공항공사 보안검색팀이 검색하는 것은 맞지만, 흉기·폭발물·액체 등 승객과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는 물품을 걸러내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사람 몸은 금속탐지기로만 검사하고, 손으로 직접 만지는 촉수검사율도 평소 10%에 불과해 몸에 지닌 밀반출 외화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국내 공항의 현행 검색 체계로는 거액의 외화를 밀반출하더라도, 몸에 지니고 나가면 적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남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해외원정 불법도박 부분을 추가로 수사할 계획인데, 현재까지 30여명의 계좌를 확보한 상태이다. 이와 별도로 1000억원이 넘는 외화를 276차례에 걸쳐 환전·밀반출하기까지 단 한차례도 적발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