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온라인 도박과 전쟁 선포한 中, 필리핀·캄보디아 압박? 도박 라이선스 발급·갱신 중단…캄보디아 발표에 中입김 작용 관측 필리핀 국영사도 발급 중단 발표 중국 하이난섬의 회사원 판정(30)씨는 지난해 초부터 도박에 푹 빠졌다. 중국 내에서는 도박이 불법인 탓에 그가 이용한 것은 해외 온라인 도박이었다. 몇 달러 단위로 시작한 베팅은 만달러 단위로 불어났고 가산을 탕진한 그는 가족과 친구, 심지어 온라인 대출업체로부터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6월 대박이 나면서 지금까지 잃은 15만달러를 한꺼번에 만회하게 됐지만 이 돈은 만져보지도 못한 채 허공에 날아가 버렸다. 필리핀에 서버를 둔 도박업체가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최근 소개한 한 중국인 불법도박 피해자의 이야기다. 불법 온라인 도박에 골머리를 앓아온 중국 당국이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압박하며 대대적 '도박과의 전쟁'에 나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판씨의 경우 중국과 필리핀 정부의 공조 과정에서 허무하게 돈을 날린 사례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2014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도박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자국내 온라인 도박업체들이 동남아 국가들로 본거지를 옮기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곳이 필리핀이다. 이후 2016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부 출범 이후 필리핀에서도 대대적 온라인 도박 단속이 시작되자 최근에 이들 도박업체는 캄보디아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 캄보디아 정부는 신규 온라인 도박 라이선스 발급을 중단하고 기존 라이선스 역시 만료 후 갱신을 불허하겠다는 총리령을 발표했다. 현지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최근 캄보디아와의 밀월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 정부 발표 이튿날에는 필리핀 국영 도박회사인 '파코르(PAGCOR)' 역시 모든 우려를 해소할 때까지 신규 '온라인 도박 운영(POGO)' 라이선스 발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캄보디아와 필리핀 정부의 발표 직후 나온 중국 외교부 논평은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캄보디아의 조치가 "양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양국의 법집행 협력과 우호관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는 한편 필리핀에 대해서도 감사를 표시하며 "필리핀이 모든 온라인 도박을 금지해줄 것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캄보디아 정부의 신규 도박 라이선스 발급 중단으로 현지 카지노 산업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캄보디아는 원칙적으로 국경도시에 한해 카지노를 허용하고 있으며 수도 프놈펜의 경우 예외적으로 '나가(Naga)카지노'가 2035년까지 독점권을 갖고 있다. 특히 바닷가인 시하누크빌시의 경우 2016년만 해도 카지노가 10개에 불과했지만 중국 도박업체가 대거 몰리면서 현재는 이 숫자가 62개로 늘었다. 이 중 48개는 중국인이 운영하고 있는 카지노다. 허가를 받고 영업을 준비 중인 카지노도 29개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하누크빌에서 카지노업에 종사하는 중국인이 5만명에 달하고 땅값과 점포 임대료 증가, 범죄등 각종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캄보디아가 중국과의 공조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산업 자체에 대한 대대적 규제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카지노에서만 거둬들인 세금이 4600만달러(약 560억원)에 이르는 데다 올해는 관련 세수가 7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직 이렇다할 산업이 없는 캄보디아 정부로서는 결코 외면하기 힘든 세수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