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금융당국이 내년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13일(현지시간) 필리핀 경제매체 비즈니스월드에 따르면 벤자민 디오크노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는 “내년 기준금리를 연 0.50%p 인하하고 오는 2023년까지 지급준비율(은행이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비율)을 한자릿수까지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필리핀이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는 이유는 나빠진 경기상황 탓에 물가 상승이 둔화되고 있는 탓이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 7월 2.4%를 기록한 뒤 8월(1.7%), 11월(1.3%) 계속 하락했다. 또한 지난달 기준 술과 담배, 유류비가 소비자물가지수를 끌어올린 반면, 쌀과 옥수수 등 농산물 가격도 내려갔다. 지난 10월 세계은행은 올해 필리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6.4%에서 5.8%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필리핀은 올해 들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0.6%p나 하락해 말레이시아(0.1%p), 라오스(0.1%p), 인도네시아(0.2%p) 등보다 하락 폭이 컸다. 필리핀 경제의 부진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여파로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면서 주력수출품목이 타격을 입은 점과 정부의 부진한 공공투자가 원인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피치 산하 피치솔루션스는 필리핀 경제가 내년에도 외부악재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워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렁 숙 메이 미쯔비시UFJ금융그룹 아세안 총괄은 “필리핀은 내년에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한다면 필리핀도 더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필리핀은 지난 5월, 8월, 9월 기준금리를 연 0.25%p씩 3차례 인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