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이 자국 노동자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쿠웨이트에도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쿠웨이트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마찬가지로 필리핀 노동자에게 부당한 대우를 한다는 이유에서다. 3일(현지시간) 필리핀 경제매체 비즈니스미러에 따르면 실베스트레 벨로 3세 필리핀 노동고용부 장관은 “올해부터는 필리핀 가사노동자들을 쿠웨이트로 보내지 않겠다”며 “또한 현재 쿠웨이트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26만 명도 본국으로 송환하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양국은 인적자원교류를 위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한 뒤 쿠웨이트로 넘어가 일하는 필리핀 노동자가 많아졌고, 이들 대부분은 가사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MOA 당시 양국은 노동자가 여권과 휴대전화를 휴대하고, 일정한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등 노동인권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부당한 대우를 받은 노동자의 피해사례가 보고되기 시작했고, 특히 지난달 가사노동자로 일하던 제인린 빌라벤데씨가 고용주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쿠웨이트를 직접 비판하는 등 상황은 악화됐다. 이에 필리핀은 쿠웨이트가 노동인권을 지키도록 압박하기 위해 노동자를 보내지 않거나 현재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본국으로 대거 송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벨로 장관은 “우리는 국민들이 다른 국가에서 피해보는 문제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며 "살해당한 빌라벤데씨를 위한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