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순간에 IMF. 그래도 눈높이를 한단계 낮춰 그럭저럭. 남들처럼 영주권 받고 미국에 남았어야 하나.... 봄에 밭갈고 여름에 띠매고 추수할 가을이 막 시작할 때 고3 마치고 대1 되서 거드름 좀 펴도 될 순간에... 리만. 남들처럼 조금 비굴하게, 조금은 악역도 하면서 한국에 남았어야 하나.... 10년째인 2019년은 무사히 넘어가나 했더니.... 코로나. 무슨 마가 끼었는지, 경제위기에, 안좋은 가정사에, 개복수술까지 동시에 찾아오니. 몸 추스리며, 독거노인으로 살다 고독사 할 계획으로 10 여년 전 찾아온 필리핀. 나이 40 에 은퇴. 막연하게 꿈꾸던 조기은퇴? 루저? 결혼만큼은 싫다는 의심병의 중늙은이와 엮여 5년 연애. 결혼 후 5년 여. 도합 10년을 같이한 마누라. 안 생길 줄 알았지만 마누라의 노력으로 태어난 딸래미. 격리기간 중, 비상금으로 갖고 있으랬더니 사기도 힘든 한국음식을 어떻게 구했는지 가득 사놨네요. 모든게 지랄갖고 후진 필리핀, 한국인도 없는 지방 소도시에서 혼자 격리되어 있자니. 뭔 인생이 이럴까. 에이스투페어 정돈 든 것 같은데 결국 밟히는. 그래도 가족이 있어서 행복하고 가족이 있어서 힘 낼 수밖에 없기도하고. 필리핀에 있는 많은 젊은 친구들. 자기 확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여지는 조금 남겨두고 살아요. 나도 부모가 될 줄 알았으면 조금 다르게 살았을텐데. 쓰다보니 삼천포로. 무식한 티 내듯이. 하여간 요즘은 딸래미 때문에 사는데 몇 일 못보니, 금단현상에 안 하던 짓까지. 코로나 정말 지랄 맞습니다. 모두 힘내시길. 일기장 살 돈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