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아마존, 구글 등 해외 우량주식을 직접 구매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의 바람이 거세다. 해외주식 결제금액은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실제 코로나19(COVID-19)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해외시장에서 큰 수익을 얻는 투자사례들도 상당하다.

다만 미국 시장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 절대적인 거래액은 늘지만 오히려 투자처는 좁아진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증권사 리포트도 없는 소수시장을 개척하는 직구족들이 있다. 이탈리아, 필리핀, 남아공 등 전체 해외주식 결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남들과 다른 전략을 통해 수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다.

증권업계도 이같은 '미개척지' 개발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기본적으로 해외종목에 대한 정보접근성이 제한되는 탓에 고객들에게 주요국 우량주 중심으로 종목을 추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해외주식 결제대금 '사상 최고치'…미국비중 87.9%
/자료=예탁결제원

27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주식 결제금액은 709억1000만달러(약 85조4000억원)로 사상 최고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하반기(229억1000만달러) 대비 209.5%나 증가한 규모다.

특히 미국 시장 편중세가 두드러졌다. 같은기간 미국시장 결제금액은 623억4000만달러로 전체 시장 중 87.9%나 차지했다. 미국 비중은 △2019년 상반기 70.4% △2019년 하반기 79.1%에 이어 급증세다.

결제금액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만 시장은 미국에 극단적으로 쏠리는 경향이 강화된 것이다.

이는 'FAANG'로도 불리는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등 대표적인 기술주들이 미국증시에 다수 포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국내증권사들도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우량종목들에 대한 리포트를 크게 늘리며 정보접근성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몽클레르·졸리비·내스퍼스…세계 곳곳 침투하는 직구족
사진제공=몽클레르

일명 '원정개미'로 불리는 해외주식 직구족 중 일부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만 깃발을 꽂지 않았다.

거래액은 반기기준 수억~수십억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나름의 정보력을 활용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이탈리아·필리핀·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원정개미들은 어떤 종목을 사들였을까.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을 제외한 각 시장(△아시아/오세아니아 △유럽 △아프리카/중동)에서 거래금액이 하위권인 국가들의 거래금 합산규모는 1000만달러(약 12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투자종목도 10개 미만이 대부분이었다.

우선 이탈리아는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와 브래드의 본고장으로 알려진 만큼 고급의류브랜드 종목들에 대한 매수세가 눈에 띄었다.

원정개미들은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INELLI SPA), '몽클레르'(MONCLER SPA) 주식을 각각 3만1986달러, 2만7841달러어치 사들였다. 아울러 이탈리아 최대 전력회사인 ENEL의 주식도 22만4406달러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졸리비. ⓒ 로이터=뉴스1


필리핀에선 '졸리비'(Jollibee Foods Corp)에 대한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필리핀에서 가장 큰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졸리비는 나라 전역에 매장 3000여개를 두고 있다.

지난해 미래에셋자산운용 사모펀드 컨소시엄이 보유한 커피전문점 '커피빈'을 1억달러에 인수하며 국내에서 화제가 됐던 회사다. 국내투자자들은 이 종목을 올 상반기 20만2650달러 매수했다.

생소하게 여길 수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엔 세계적인 투자기업 '내스퍼스'(Naspers Ltd)에 '사자' 행렬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의 소프트뱅크'로 불리는 내스퍼스는 남아공의 인터넷·언론·출판 미디어기업으로 IT업계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지난 2001년 창업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중국의 텐센트에 3200만달러를 투자해 수천배 이상의 수익을 내기도 했다. 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를 인수한 '딜리버리히어로'의 최대주주로도 유명하다.

원정개미들은 남아공 시장에서 3년 연속 이 종목을 총 110만달러(약 13억원) 이상 사들였다. 다만 올 상반기에 약 160만달러 규모의 매도결제가 이뤄지는 등 차익실현을 위한 매물이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개척지는 영원한 개척지?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증권업계는 해외주식종목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정보 접근성'을 가장 중요시 한다. 국내의 경우 수많은 애널리스트들이 각자의 시각이 담긴 리포트를 작성하거나 언론이 종목별, 산업별 동향을 보도하면서 투자자들이 다양한 정보를 얻기 쉽다.

하지만 해외는 기본적으로 기업정보를 얻는 데 제한이 있고 특히 달러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에선 '이중환전' 문제도 발생하는 등 거래하는 데 불편함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고개들한테 해외주식투자를 컨설팅할 때도 우량종목을 분산투자하자는 말씀을 드리고 있다"며 "증권사 입장에서도 해외종목에 대한 정보가 제한되다보니 이머징국가 종목들은 권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선 증권사 지점엔 PB(프라이빗뱅커)도 모르는 종목에 투자하고 싶다는 투자자들이 종종 나타나기도 한다.

한 PB출신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말 미미한 사례지만 외국기업에 근무하는 분들이 우리사주 형태로 주식을 받아 계좌에 입고하는 경우들이 있다. 또 고객이 다니는 회사와 관련된 곳에서 정보를 얻어 이런 주식을 사달라는 분들이 있긴 했다"고 말했다.

조준영 기자
https://news.v.daum.net/v/2020072714573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