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집권 초기부터 전통적인 동맹인 미국에 결별을 선언하고 중국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필리핀이 위기에 빠진 지금 중국에 양보만 하고 정작 얻은 건 아무것도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중 노선은 집권 초기부터 명확했다. 취임 초기인 2016년 10월 중국에 방문해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그는 중국 관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중국인의 핏줄"이라며 "중-필리핀 관계가 경제 발전에 훈풍을 불어넣길 바란다"고 밝혔다. 동시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 방문 도중 미국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그는 필리핀 교민을 만나는 자리에서 "이제 중국에 결별을 고할 때다"며 "더 이상 미국의 간섭은 없다. 미국의 군사훈련도 없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 남중국해 문제 보류한 두테르테 대통령 ━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중노선'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가장 잘 드러났다. 그는 집권 초기부터 분쟁을 보류하고 대중 융화정책을 펴왔다. 남중국해 분쟁이 지난 2012년부터 중-필리핀 관계를 급속하게 악화시킨 양국 협력의 최대 장애물이었기 때문이다. 국제 상설 중재재판소(PCA)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2016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중국은 PCA의 판결을 무시하며 도발을 계속했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국내 비판 여론에도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히려 지난 7월 코로나19 백신을 지원받는 대가로 남중국해 문제에서 양보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 '친중노선'으로 필리핀은 무엇을 얻었나 ━ 필리핀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에 빠진 가운데 두테르테 대통령은 친중노선을 걸었지만 정작 얻은 게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이 추진한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필리핀에 기대만큼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 주지 못해서다. 그레그 폴링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동남아시아 선임연구원은 CNBC에 "중국은 (필리핀에) 약속한 사회기반시설 건설 프로젝트 중 다리와 관개사업 각 1건만 착수했다"면서 "이마저도 사업이 완전히 무산될 수 있는 난관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이어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군과 필리핀 민간인에 대한 공격도 멈추지 않고 있다"며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에 과한 저자세를 유지하면서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두테르테 대통령과 달리 필리핀인들은 중국에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 조사기관 소셜웨더스테이션스가 지난 7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필리핀인들은 중국보다 미국과 호주를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을 신뢰한다는 응답률은 지난해 12월 대비 큰폭으로 하락했다. 박수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