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김태훈 기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취임 이후 친중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외교적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이 우선되는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걷겠다고 밝히면서도 경제와 국방 분야에서는 미국 대신 중국과 더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왔다. 앞서 그는 미국은 중국, 러시아와 달리 필리핀의 자주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며 비판했고, 심지어 미국과 맺은 방문군 협정(VFA)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해 말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미 초청을 단칼에 거절했다. 최근에도 그는 친중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코로나19 백신을 지원받을 수 있다면 중국과의 남중국해 갈등에서 한발짝 물러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혔고, 미국의 제제를 받은 중국 기업들과도 기꺼이 인프라 사업을 계속 해나가겠다고 발언한 것이다. 문제는 지난 4년간 중국과 더 밀착하려고 시도했음에도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추진하려던 인프라 사업은 지지부진한 데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압박은 더 거세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필리핀이 중국에게 ‘속국’ 취급을 받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책 노선과 달리 국민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 7월 여론조사업체 SWS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필리핀 국민들은 중국보다 미국, 호주를 더 신뢰하고 있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신뢰는 지난해 12월 여론조사 결과보다 더 나빠졌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그렉 폴링 동남아시아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필리핀에서 추진하려던 교량과 관개 사업이 문제에 봉착하고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국민들을 계속 위협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가 무시당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집권하는 기간 동안은 필리핀과 중국 간 관계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으로부터 얻어낸 성과가 없다고 필리핀이 갑자기 친미로 방향을 트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기가 2년도 남지 않은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시간은 많지 않다. 국민들의 우려에도 친중행보를 이어간 만큼 그에 따른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피터 멈포드 동남아시아 대표는 “필리핀은 중국과의 국력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최대한 갈등을 피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다만 두테르테 대통령에게는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성과를 얻어냈다는 사실을 보여줄 시간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https://www.asiatime.co.kr/news/newsview.php?ncode=1065579436443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