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분쟁수역인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필리핀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분쟁국 중 유일하게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나라다. 미국과 필리핀의 오랜 동맹 관계를 잘 알고 있는 중국은 자주 외교를 내세워 친중 행보를 보이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필리핀 농무부는 지난 18일 루손 지역에 미국이 지원한 동물질병연구소가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는 지난주 초 필리핀 시장을 만나 코로나19 위생키트 5000개 등 방역물품을 전달했다. 미국의 지원 공세는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장관)의 필리핀 방문을 전후해 이뤄졌다. 지난 7~11일 아세안 4개국을 잇따라 방문한 웨이 부장은 필리핀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을 만나 남중국해 분쟁은 역내 문제임을 재확인하고, 필리핀 군부에 2000만달러(약 232억5000만원) 규모의 비전투장비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미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데릭 그로스먼 선임연구원은 SCMP에 “필리핀은 해외 주둔 미군 기지로서뿐 아니라 남중국해 분쟁에 관련된 유일한 조약 동맹국이기 때문에 미국에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2010년 7월 국무부가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주장하면서부터다. 미국은 이듬해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가입 이후 남중국해 문제 해결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피력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남중국해 수호를 핵심이익으로 규정하고 이를 위해 무력사용도 불사하겠다고 나서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매장된 석유와 천연가스, 해상운송로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영유권 주장을 해왔다. 필리핀은 이런 중국을 국제상설중재재판소에 제소해 2016년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 판결을 근거로 미 정부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듯 남중국해는 중국, 대만,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6개국의 영유권 분쟁에 더해 미·중 전략 대결의 장이 됐다. 중국 입장에서는 2016년 취임 후 친중 정책을 펴고 있는 두테르테 대통령 재임 기간 필리핀과의 관계를 확실히 다져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먼저 얻게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대립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강린 하이난대 연구원은 SCMP에 “필리핀의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두테르테 대통령만큼 중국에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5033680&code=61131511&cp=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