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고니'로 붕괴한 필리핀 주택들 (사진=연합뉴스/AP) [아시아타임즈=김태훈 기자] 필리핀이 코로나19 사태와 태풍 등 겹악재들로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져들었다. 11일(현지시간) 필리핀 경제매체 비즈니스월드에 따르면 필리핀의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11.5%로 집계됐다. 2분기(-16.9%)보다는 소폭 개선됐지만 앞서 비즈니스월드가 조사한 시장 전망치(-9.2%)보다 더 나쁜 수치다. 특히 1분기(-0.7%)이어진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전국 봉쇄 조치가 내려진 2분기 성장률이 바닥을 찍고 3분기 소폭 반등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지만 시장 전망치보다는 성장률 회복 속도가 더딘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는 지난 6월부터 봉쇄 조치가 점진적으로 완화되긴 했지만 경제활동 정상화와 고용시장 회복이 예상만큼 빠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필리핀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소비에 의존하는 만큼 투자, 수출보다 소비가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3분기 가계소비 증가율도 전년동기대비 -9.3%를 기록했다. 상환 능력이 의심되는 부실채권 문제도 떠오르고 있다. 필리핀 중앙은행에 따르면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3.4%로 지난 2013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활동 정상화가 더딘 상황에서 소득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가계와 기업들이 빚을 갚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는 은행 부실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다국적 은행 ING뱅크의 니콜라스 안토니오 마파 필리핀 선임이코노미스트는 “부실채권 비율이 더 높아질지 여부는 경기 회복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는가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마스 특수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로 크리스마스를 명절처럼 성대하게 장식하기 위해 매년 9월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며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만 올해는 ‘우울한’ 크리마스가 될 전망이다. 일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시민들도 있겠지만 노인 인구를 중심으로 건강에 대한 우려가 큰 데다 여전히 대규모 모임을 피하려는 심리가 강하며, 대중교통이 원활하게 운행되지 않는 등 제약이 많은 것이다. 로베르토 클라우디오 필리핀 소매업협회 부회장은 “시민들은 여전히 크리스마스 쇼핑을 즐기겠지만 생각보다 그들의 구매력은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ttps://www.asiatime.co.kr/news/newsview.php?ncode=10655739163186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