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양 푸드컬쳐랩 대표와 K-푸드의 인연은 10년 전 필리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한류 열풍에 편승해 떡볶이 장사에 뛰어들었다. 첫날 2인분 팔린 쪽박집에서 하루 평균 200명 넘게 오는 대박집으로 거듭나 매장을 늘려갔다. “저와 동생이 상주하는 1, 2호점과는 달리 3호점부터는 매출이 안 나오고, 또 손님이 늘면서 야시장 점포의 열악한 환경에 불평이 쏟아졌어요. 돌파구는 우리의 단점을 우리만의 특색으로 바꿔 브랜드를 만드는 거였어요. “한국 자매가 운영하는,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포장마차에서, K-팝 스타들이 먹는 길거리 음식을 즐기며 서울을 경험하는 콘셉트였죠.” 그렇게 탄생한 ‘서울시스터즈’는 자매의 얼굴을 딴 로고를 달고 8호점까지 생기며 ‘한류의 성지’가 됐다. 스카우트돼 들어간 GNP트레이딩에서는 한국 음식 사업을 총괄했다. 그가 론칭한 브랜드 ‘K펍 비비큐’ ‘오빠치킨’은 월매출 1억 원 이상 올리며 성공해 지금도 12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필리핀 사람들은 흥이 많아 파티하고 즐기길 좋아해요. 그래서 기존 다른 고깃집과 달리 450석 대규모에 라이브 밴드 공연을 하고 K-팝 뮤직비디오도 틀었죠. 치킨집은 아이들 생일 파티하기 좋은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꾸몄어요.” 현지인 기호에 맞춤으로 기획한 것이 먹혀들었고, K-푸드가 유행하게 됐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온 안 대표가 개발한 김치시즈닝은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깬 사례다. “K-푸드를 세계화하려면 ‘이 음식은 꼭 이래야 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하게 바뀔 수 있어야 해요. 김치를 가루로 만든 것처럼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 해외 문화와 트렌드에 맞게 현지화하고 디자인된다면, 세계시장에서 더 많이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지은 기자 [email protected] http://m.munhwa.com/mnews/view.html?no=2021020501031636156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