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11개월 오버스테이였던 저의 비자 연장을 세부 이민국에서 하고 왔습니다. 일단 비자 연장을 하지 않고 필리핀에서 지내고 있다는 게 문제이긴 한데.. 2020년 2월 마지막 날에 필리핀 와서 1개월 후 비자 연장을 한 번 했고, 코로나 때문에 이민국에 한참 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바보같이 여권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거의 1년 가까이 비자 연장을 못 했어요. 다행히 최근 집을 옮기면서 여권을 다시 찾았습니다. 코메디죠 정말. 각설하고, 제가 경험한 바를 좀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별 건 아니지만, 비자 연장을 오래 안 한 상태로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고, 또 뒤에 내용을 말씀드리겠지만 사기꾼한테 당하시지 마시라고 긴 글을 남깁니다. 1. 오버스테이 일단 오버스테이의 경우에도 몇 가지 분류로 나눠서 생각해야 합니다. 첫째는, 6개월 미만 오버스테이인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그냥 어느 이민국에서도 간단히 비자 연장 처리를 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6개월 이상 1년 미만인 경우입니다. 제가 여기에 해당했습니다. 이 경우에는 지방의 이민국에서(제 경우에는 세부의 이민국에서) 신청을 하고, 이민국에서 작성한 서류를 마닐라 이민국으로 보내어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물론 낼 돈은 다 낸 후에 서류를 다 받을 수 있습니다.) 마닐라 이민국의 승인을 받으면 비자가 연장된 것이고, 그 이후에는 해당 지역의 이민국에서 비자 연장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셋째는 1년 이상 3년 미만인 경우입니다. 제가 오늘 이민국에서 들은 바에 따르면, 1년이 지나면 지방의 이민국에서는 비자 연장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마닐라로 직접 가서 해야 한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3년 이상인 경우입니다. 필리핀에는 관광비자로 최대 3년까지 머무를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3년이 지난 경우에는 출국 명령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2. 벌금 오랫동안 비자 연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금을 엄청 낼 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도 작년 4월 말까지만 유효한 비자를 가지고 있었고, 엊그제 2021년 3월 5일에 연장을 했습니다. 제가 그 서류를 지금 가지고 있지 않아서 비자 유효 날짜를 정확히 모르겠는데, 아마 올해 4월 말까지 연장하는 비용을 다 지불한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제가 이민국에서 지불한 비용은 26,700페소가 약간 안 됩니다. 상세 내역을 봐도 특별히 벌금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없습니다. (물론 벌금이 포함된 것일지도 몰라요) 3. 오버스테이 비자 연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저는 이민국에 갈 때마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겪었습니다. 지난해 3월 말에 비자 연장을 하러 갔을 때는 가드가 빨리 처리를 해준다며 1,000페소가 넘는 돈을 요구했었는데, 그냥 어이가 없어서 됐다고 거절했었습니다. 이번에는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일단 6개월 이상 오버스테이 비자 연장을 위해 작성해야 하는 문서가 두 가지 있습니다. (1) 하나는 그냥 오버스테이용 비자 연장 신청서이고, (2) 다른 하나는 사유서(왜 비자 연장을 안 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지.. 떠날지 아니면 계속 남을지를 쓰는 사유서) 같은 것입니다. 사진이라도 찍었으면 더 설명하기 쉬울 텐데 후회가 되네요. 제가 이번 일을 여기에 공유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거든요. 두 가지 문서 모두 이민국 입구에 있는 인포메이션 데스크에서 빨간 스탬프를 받아야 합니다. 신청서에는 그냥 스탬프를 찍어주는데, 다른 하나의 문서는 스탬프 이전에 공증을 먼저 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그 공증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이민국에 아직 오지 않았다며 계속 기다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단을 기다렸는데 아무리 봐도 될 것 같지가 않아서 가드에게 계속 물어보니까 공증을 해줄 수 있는 에이전시가 제이센터 앞에 있는 건물에 있다며, 그곳에 가서 하면 된다고 대답을 해줬습니다. 막상 그 에이전시에 갔더니, 변호사가 없어서 공증을 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황당해서 혹시 여기 다른 변호사는 어디서 찾을 수 없냐고 물었더니, 세상에.. 이민국 사무실 바로 뒤에 TLC?라는 사무실이 있는데, 거기에 변호사가 있다네요? 씩씩거리며 거기에 갔더니.. 정말 이민국 바로 뒤에 있는 사무실에 변호사가 있었고, 거기서 500페소를 내고 공증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이민국 가드가 바로 뒤에 있는 공증사무소 말고 건물 밖에 있는 에이전시를 소개해준 이유가 뭘까요? 저를 엿 먹이는 거 아니면 커미션이겠죠? 그 가드가 제가 에이전시로 갈 때 미리 전화를 해준다며 제 이름을 확인했거든요. 그러나 이건 그날 있었던 일 중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이제 공증받은 문서를 가지고 이민국 인포메이션 데스크로 갔습니다. 거기서 빨간색 스탬프를 받아야 했거든요. 그런데 세부 이민국에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거기 미국인 노인인지 아저씨가 앉아서 업무를 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아무 이유도 없이 저한테는 스탬프를 안 찍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 앉아있던 필리피노 직원이 저에게 몇 달 오버스테이냐고 갑자기 살갑게 물으면서 저를 이민국 바로 옆에 있는 커피숍으로 안내했습니다. 자기가 자세하게 설명하고 도와주겠다면서요. 이런 경우 사기꾼일 가능성이 100%입니다. 일단은 상황을 보기 위해 갔습니다. 그 이민국 직원이 저에게 어떤 공문을 하나 보여줬는데, 한 미국인 시니어 시티즌이 받은 것이었습니다. 그 미국인이 6개월을 오버스테이 해서 비자 세부 이민국에서 연장 신청을 했는데, 6개월 이상 오버스테이하게 되면 비자 연장 승인이 마닐라에서 나기 때문에 1~2달을 기다려야 했고, 그리고 그 미국인이 2달 후에 받은 문서가 바로 이민국의 필리피노 직원이 저에게 보여준 그 문서였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15일 이내에 필리핀을 떠나라"라고 써있었습니다. 게다가 거기에는 각종 비용들이 써있었습니다. 어쩌고를 위해 10,000페소, 저쩌고를 위해 15,000페소를 내라고 써있고, 또 무슨 government fee, penalty, 등등의 비용을 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또 정확한 숫자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거는 얼마냐?”고 물었더니, 그 이민국 직원이 “음... 25,000페소다.”라고 대답을 해줬습니다. 제가 다시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그는 이민국 ‘직원’입니다. 명찰을 달고 있고, 목에 아이디를 걸고 있고,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앉아 일하는 미국인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이민국 닫을 시간까지도 거기서 계속 업무를 보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총비용이 5만 페소인데, 어차피 이거를 내고 나면 결국은 출국을 당한다. 그러면 안 되니까 자기에게 그 돈을 내면 자기가 출국도 안 당하게 만들고, 비자 연장도 문제없이 해줄 수 있다는 내용의 썰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영수증은 25,000페소만 끊어줄 수 있고, 나머지(25,000페소)는 끊어줄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는 얘기죠.. 그래서 영수증만 끊어주면 내가 돈 주겠다고 했더니 그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누가 봐도 이 놈이 중간에서 돈 먹으려고 노력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어차피 니가 중간에 먹을 거면 디스카운트해달라고 했는데.. 디스카운트는 없답니다. 웃음이 절로 나더군요. 결국은 꺼지라고 했습니다. “필리핀 정부가 나가라고 하면 나갈 테니까 너는 니 일이나 잘 해”라고 말해주고, 다시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갔더니 이번에는 미국인 직원이 그냥 스탬프를 찍어줬습니다. 다 한 패였나... 앞서 말씀드렸지만, 스탬프가 찍힌 서류는 달랑 두 개입니다. 하나는 비자 연장 신청서(6개월 이상 오버스테이용), 다른 하나는 사유서(왜 비자 연장을 안 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지.. 떠날지 아니면 계속 남을지를 쓰는 사유서)입니다. 이걸 Receiving에 냈더니, 거기서 제가 그동안 내지 않은 돈을 한참.. 계산을 하고, 돈을 내는 카운터에서 제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 이민국 직원 때문에 벌금까지 5만이나 되는 돈을 내야 하는 건지 의구심에 짜증이 약간 나있었는데.. 결국 제가 낼 돈은 27,000페소가 약간 안 되는 돈이었습니다. 이걸 보면 그 이민국 직원 '놈'이 25,000페소나 해처먹으려고 했던 거죠. 필리핀에서 쫓겨날 거라고 '위협'을 하면서 말이죠. 쫓겨나면 다시 안 오면 그만이니까 쫄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필리핀에 꼭 계셔야 하는 분의 경우라면 그걸 위협으로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 돈을 카운터에서 내고 한참 시간이 지나서.. Releasing에서 제 이름을 불렀고, 최종적으로 서류를 받았습니다. 영수증을 받았고, 마닐라 이민국으로 보내야 하는 서류를 받았습니다. 그냥 보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고, 나중에 마닐라 이민국에서 승인이 나면 자기가 연락을 해주겠다고 합니다. 4, 결론 저의 결론은 "사기꾼은 이민국 직원 중에도 있고, 돈은 꼭 돈을 내는 장소에서 내야 하고, 영수증은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필고에서 읽기만 했는데, 며칠 전 겪은 일이 너무 짜증나서 저말고도 많은 분들이 비슷한 일을 겪으실 것 같아서 자세하게 남겼습니다.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