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부자 벌금제? 이재명 지사와 윤희숙 의원간에 핀란드식 소득별 벌금제에 대한 논란이 그것이다. 이지사는 재산별 벌금제 이야기를 꺼내자 윤의원은 재산이 아니고 소득이라며 거짓말이라고 말꼬리를 잡았다. 졸저 "핀란드에서 찾은 우리의 미래"에서 같은 내용을 썼는데 소득이 맞긴 하다. 그리고 어젯밤 이지사가 소득으로 정정을 의미하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실현된다면 당연히 크게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이런 말장난식 논쟁을 보면서 그것이 소득이든 재산이든 과연 우리 정치계 수준에서 실현가능할까 솔직히 의문이다. 먼저 이런 사안은 사회적 합의가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것 역시 간접적 증세 성격이 강한데 과연 우리나라 부자들이 증세저항 또는 반발은 없을 것인가에 대한 고려없이 정치권 법개정만으로 밀어부칠 수 있는가를 묻고 싶다. 근본적으로 기본이 되는 정치철학과 신념 그리고 전략적 액션 플랜이 보이지도 않는다. 핀란드 등 노르딕(북유럽)식 보편적 복지국가는 신자유주의 광풍 특히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전세계는 강력한 대안으로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영국 노동당 당수는 "아메리칸 드림을 찾을려면 핀란드로 가세요" 라고 했고, 작년에 잭 월치, 빌 게이츠 등과 4대 비즈니스 그루 (큰 선생 또는 현인)으로 일컫는 필립 코틀러 역시 '미국이 살려면 노르딕식 자본주의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결론은 이것이다. 한국 정치계는 왜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않느냐 이다. 그것도 한 쪽은 자기가 보고 싶은 나무만 보고 반대쪽은 나무 가지가 좀 삐뚤어졌네 하는 수준이다. 한국사회에서 광풍이 부는 기본소득론 역시 마찬가지다. 기본소득은 핀란드가 4년전, 2년 동안 실험했으며 실패로 결론을 내리고 중단한 것이다. 지난 우파정부가 복지축소를 노리고 시도한 큰 당근 (big carrot) 이었지만 작동하지 않고 지속가능하지 않다 (it doesn't work, not sustainable) 이라고 결론내렸다. 참여자의 행복도가 조금 올랐지만, 이미 핀란드는 UN산하 기관에서 행복지수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는데 특별한 의미도 없다. 또한 핀란드는 역대 정권에 관계없이 "혁신과 실험을 하는 정부"라고 스스로를 규정하고 있다. 수많은 실험을 하고 설계한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당장 중단하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한다. 우리나라 고위공직자들 자리보전 위해 질질 끌며 예산과 자원을 낭비하는 일을 절대 없으며 죄악시 한다.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역시 그중 하나이고 실패로 결론내린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정치적 목적으로 저쪽 숲이 아름다운데 나무 한 두그루 갖고 오면 우리 숲도 화려해질 것 식의 인기영합적 눈길 끌기, 그리고 말꼬리식 정쟁은 정말 그만 보았으면 한다. 핀란드라는 나라를 인용하기 전에 그들이 어떻게 세계행복지수 3년 연속 1위, 국가경쟁력 최상위, 아이들 공부시간은 훨씬 적어도 대학 석박사까지 무상교육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교육수준, 재생에너지 41%(한국 5.6%)와 세계최초 탄소세 도입한 기후변화 대응 모범국, 소위 '명품'과 '건물주' 같은 천박한 자본주의가 발 붙이지 못하는 기업친화적 각종 정책, "우리 핀란드는 공정하고 정의로우며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라고 규정하는 34세 여성총리가 된 현재 산나 마린 정부 등,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핀란드를 보면서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고, 전국민 합의를 끌어내는 모습은 왜 보이지 않는가 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