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필리핀 학생 10명 중 2명만 수업 이해’ 보고서 발표 필리핀 교육부, ‘세계은행 평가 구식으로 진행’ 비판 학업 성취도 낮은 학생, 따돌림 받을 확률 더 높아 필리핀 학생 80% 이상이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세계은행(World Bank) 보고서가 발표돼 필리핀 교육계가 충격에 빠졌다. 세계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필리핀이 참여한 ▲2018년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PISA) ▲2019년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 연구(TIMSS) ▲2019년 동남아 기초학습 평가(Southeast Asia Primary Learning Metrics, SEA-PLM)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3개의 국제 평가에 따르면 필리핀 4,5,9학년 학생들 중 10~22%만이 학업성취 수준에서 평균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필리핀 학생 10명 중 2명만이 수업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특히 필리핀은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 참여한 79개국 중 독해능력과 과학, 수학에서 가장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세계은행은 필리핀 교육 상황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더 악화됐다”고 전했다. 이에 지난 6월 8일 필리핀 정부는 ‘필리핀 교육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레오노르 브리오네스(Leonor Briones) 필리핀 교육부 장관은 “보고서가 지적한 사항을 검토, 연구하고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교육과정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대변인 해리 로크씨는 “우리는 모듈, TV, 라디오, 컴퓨터 등을 이용한 블랜디드 러닝(온·오프라인을 결합한 학습)을 이어나가고 있다. 학생들이 새로운 일상에 적응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지난 7월 5일 교육부 장관은 돌연 국제학업성취도 보고서를 발행한 세계은행에 “평가가 구식으로 진행됐다”며 공개적으로 사과를 요구했다. 교육부 장관은 “세계은행은 관례를 따르지 않고 자료를 바로 공개했다. 해당 국가에 대한 보고서가 발표될 때에는 그 국가가 보고서 내용을 먼저 알아야 한다. 하지만 세계은행은 즉시 언론에 공개했다”고 비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필리핀의 낮은 학업성취 수준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문제로는 언어구사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TIMSS는 필리핀의 거의 모든 4학년 학생들이 매주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다고 보고했다. 이는 64개 참여국 평균 8%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SEA-PLM에 참가한 국가들 중에서 ‘학교가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동의한 5학년 학생 비율이 필리핀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다. PISA 보고서에서도 필리핀 15세 학생의 5명 중 2명이 “자주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세계은행 보고서는 필리핀 교육 자체의 질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필리핀 학생들의 사고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서는 필리핀 학생의 3명 중 1명만이 ‘더 똑똑해질 수 있다’는 성장형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명은 자신의 잠재력을 등한시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OECD 회원국의 성장형 사고방식이 평균 63%인 것에 비해 필리핀은 31%에 그쳤다. 한편 지난 6월 19일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염성이 강한 델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이 낮은 지역에서 대면 수업을 재개하자는 필리핀 교육부의 제안을 거절했다. https://news.ebs.co.kr/ebsnews/allView/60074654/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