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노벨평화상 수상자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58) "팩트 없는 세상은 진실과 신뢰 없는 곳과 같다는 걸 보여줬다." 올해 노벨평화상 주인공,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58)는 수상 직후 래플러 생방송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래플러는 2012년 레사가 만든 필리핀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로, 정·재계 인사의 부패를 집중 파헤치며 현지 대표 언론사로 자리매김했다. 레사는 "(수상 소식에) 충격 받았다"면서도 "팩트가 없다면 아무것도 가능치 않다"고 언론 자유를 강조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 탄압에도 불구, 독재 정권을 비판해 온 마리아 레사를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필리핀 사상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다. 위원회는 "레사는 권력을 남용하고 폭력을 쓰며 권위주의적인 필리핀 정권을 폭로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활용한 인물"이라며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악조건에 빠지는 세상에서 이상을 옹호하는 모든 저널리스트를 대표한다"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 30여년간 CNN 아시아지부 기자로 활동한 레사는 래플러 편집장으로 일하며 2016년부터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권의 인권 탄압과 고위 관직자·경영인의 부패를 끈질기게 보도했다. 레사는 특히 두테르테 정권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반(反) 마약 탄압'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취임 직후 대대적인 '마약과의 전쟁'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의 마약 용의자를 현장 사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며 정권 눈 밖에 난 레사는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10회 이상 체포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레사와 래플러를 가짜뉴스를 양산한다며 여론을 호도하기도 했다. 여러 소송과 협박 등을 받아온 레사는 2019년엔 전직 판사와 기업인 비리를 폭로한 기사로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미국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1992년 이후 필리핀에서 업무와 관련돼 목숨을 잃은 언론인은 87명에 이른다. 위원회는 "레사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용감하게 싸웠다"고 평가했다. 진실과 민주주의를 향한 레사의 투쟁은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나왔다. 2020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영한 '1000개의 컷'은 언론과 두테르테 정부 간의 갈등을 담았다. 노벨평화상 수상에 앞서 레사는 지난 4월 유네스코 세계언론자유상을 수상하며 언론 자유를 수호한 공로를 인정받은 바 있다. 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2018 올해의 인물'로 뽑혔고, 같은 해 세계신문협회가 주관한 '제70회 황금펜상'을 했다. 러시아 저널리스트 드미트리 무라토프(60)도 레사와 함께 이번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언론인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건 독일의 카를 폰 오시에츠키가 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이 비밀 재무장 중이란 사실을 폭로해 1935년 수상한 이후 처음이다. 김서원 기자 [email protected]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1410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