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봉 마르코스 주니어(左), 사라 두테르테(右)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76)과 그의 딸 사라 두테르테(43·사진 오른쪽) 다바오 시장 간의 초유의 ‘부통령 선거 맞대결’이 무산됐다. 15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 및 지방선거 후보 마감일에 두테르테 대통령이 결국 부통령직 출마를 포기하면서다. 이에 따라 사라 두테르테가 이미 대선 후보에 등록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64·왼쪽)와 손을 잡고 아버지의 권력을 이양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봉봉은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외아들이다. 이날 CNN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내년 대선과 함께 열리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 상원의원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부통령직을 둘러싼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부녀간 격돌은 무산됐다. 앞서 13일 대선 출마가 점쳐지던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사라 두테르테(43) 다바오 시장이 부통령 후보로 깜짝 등록하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사라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지층을 빨리 만날 기회가 열렸다”며 부통령 후보 등록 사실을 발표했다. 그의 깜짝 출사표에 부녀 간에 균열이 생겼다는 해석이 흘러나왔다. 사라 시장의 발표 직후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이 이끄는 민주필리핀(PDP-Laban)당의 부통령 후보로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딸과 부통령직을 걸고 맞붙겠다고 나선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당시 한 인터뷰에서 “딸의 부통령 출마는 전혀 몰랐던 일이다. 여권 대선 주자 중 사라의 지지율은 27%였던 반면 봉봉은 17%에 그쳤는데 그런 사라가 갑자기 부통령 후보에 등록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그 배후로 봉봉을 지목했다. 실제 대권 도전을 선언한 봉봉이 사라 시장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는 또 다른 반전이 벌어졌다. 독재자 2세들의 연합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이 때문에 내년 5월 치러지는 필리핀 대선은 “가장 기이한 대통령 선거”(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결국 필리핀을 철권 통치한 정치 가문의 독재가 반복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정치 분석가인 로만 카시플은 “마르코스 가문과 두테르테 가문이 뒤에서 손을 잡고 6년의 대통령 임기 가운데 각각 3년씩 집권하는 방안을 협상하고 있다. 두 독재자 가문의 권력 나눠 먹기”라고 비판했다. 필리핀 인권단체 카라파탄도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단히 심각한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전격적인 상원의원직 출마 결정도 결국 장기 집권이 가능한 딸을 부통령에 앉혀 권력을 유지하려는 속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상원 의원직을 선택하면서 봉봉-사라 조합의 승리에 길을 터준 셈이 됐다”고 설명했다. 아테네오 데 마닐라대학교 법학 및 정치학 교수인 안토이오 라 비나 교수도 로이터에 “현재로서는 봉봉-사라가 모든 분야에서 매우 강력한 후보”라고 평가했다. 이민정 기자 [email protected]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150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