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면에서 마음에 드는 입주 가사도우미분이 일하신지 한달 반이 되었네요. 애들을 늦게 가지셔서 큰딸이 와이프와 동갑입니다. 근데 와이프와 같은 대학교에 다닙니다. 집에서 아주 가까운 걸어갈 거리입니다. 원래 좀 떨어진 데서 동갑인 사촌 남자애랑 같이 살았었는데, 얼마전에 우리 바로 옆집으로 이사왔네요. 옆집은 아니고 옆집의 옆집입니다. 둘이서 방 두개짜리 도미토리로 운영하는 건물에 들어왔는데, 아주 후지고 작은 방 두개에 천장에 물도 새는데 한달에 만오천 페소랍니다. 학비랑 방세는 전부 미국에서 일하는 삼촌 (같이사는 동갑 사촌의 아버지)가 내준답니다. 그아저씨 이혼 하고 혼자 알라스카 생선공장에서 일하면서 필리핀에 있는 자기 애들 4형제에 조카까지 사립대 보내고 부양하려면 아주 허리가 휘겠습니다. 인생 그런거죠 뭐. 어차피 딸이 혼자 살고 있었더라도 우리집 빈방에 데려오기는 좀 무리가 있는데 (와이프랑 동갑에 같은 학교에 얼굴도 예쁜편이라...) 뭐 삼촌이 방세를 다 내준다니 다행입니다. 이런 경우에 어느정도 신경을 써 줘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학교가 일부 온라인 일부 오프인데, 완전 오프로 돌아가면 와이프랑 처형은 도시락 싸서 다닐거거든요. (처형도 같은 학교) 그러면 도시락 싸는 김에 딸것도 싸주라고 해야 하는지, 그러면 또 같이사는 조카것도 싸주라고 해야하는지, 아니면 애들 음식은 얼마나 자주 싸 보내줘야 할지 신경이 쓰이네요. 집에 와서 한번 인사는 하고 갔는데 저녘은 안먹고 가더군요. "샤이" 해서 그렇답니다. 참 필리피노들 "샤이" 해요. 엊그저께는 커피 사먹으려는데 여자들 두명이 줄을 서있는건지 애매해서 물어봤더니 괜찮다면서 비켜 주더군요. 근데 알고 봤더니 그게 저보고 새치기해도 괜찮다면서 제 뒤로 서준 거였어요. 하 참. 저는 누가 제 앞으로 새치기 하려고 들면 꼭 싸대기 맞은 것 같이 느껴져서 자동으로 욕부터 나오는데. 다행이 곧 분위기 파악해서 민망한 꼴은 면했습니다. 하여튼 가사도우미 딸이랑 조카한테 아직 뭐 해 준것은 없지만, 며칠전에 제가 가사도우미한테 김밥 만드는거 가르쳐 주면서 좀 더 만들어서 싸보냈더니 너무 맛있었다고 하더군요. 제 와이프는 김밥 맛잇는 것도 모르고, 한국음식도 않좋아하고, 그저 말린 생선이랑 단것들만 좋아하는데. 와이프가 별로 않좋아 하니까 취미였던 요리도 안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