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방식이 가장 좋은지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누가 맞네 틀리네 하는 건 넘어가고, 그냥 제가 어떻게 영어를 배웠는지 간략하게 소개 해봅니다. 이 방법이 맞다는 건 아니고, 그냥 제 경험일 뿐입니다. 제가 영어의 기초를 잡은건 고 3때 입니다. 나름 머리는 좀 돌아가지만 공부 정말 안하다가, 고3이 되어서야 대학 가려면 공부 좀 해야 겠다는 결심이 들었습니다. 당시 첫 모의고사 성적은 60점 만점인가 그랬는데 30점, 절반정도 맞았더군요. 그래서 영어를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가 하고 다른 학생들을 봤더니, 전부 성문 종합영어 붙잡고 관사가 어쩌니 수동이니 뭐니 하고 있더군요. 저는 그때까지도 교과서 말고 다른 교재는 공부한적이 없었거든요. 근데 모의고사 문제지를 보니까, 문법 물어보는 문제는 거의 없고 독해만 되면 되는게 대부분인 겁니다. 독해는 단어 뜻만 좀 알면 대충 때려 맞출 수 있어 보이고요. 그때 제 머리속에 든 생각이 뭐였냐면, "다들 미쳤구나" 였습니다. 무슨 한국에서 영어 선생할것도 아니고 영어학자 할것도 아닌데, 모의고사 60점 만점에 한 55점 맞으면서 몇개 더 맞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한 40~50점도 못받는 것들이 두꺼운 성문영어 끼고 있는것 보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정관사는 언제 쓰고 부정관사는 언제쓰고 그딴거 하나도 몰라도 50점 이상은 받을 수 있는데 왜 미친 짓들을 하고 있는지. 영어선생들은 학교나 학원이나 왜 그렇게 멍청한지 참 한숨이 나왔습니다. 서점가서 영단어 책을 고르는데, 무슨 2만단어니 3만단어니 다 필요 없겠더군요. 어차피 다 외울 시간도 없고, 능력도 없고. 이찬승의 1000단어 인가 하는 책 하나 사서 그책만 달달 외웠습니다. 단어만 외우면 잘 안외워지니까 예문까지 함께요. 한 세달 지나니 모의고사 50점 이상 나오더군요. 그 다음부터는 그 단어집 복습하면서 모의고사 문제집만 하나씩 풀어봤습니다. 다른 공부할 것도 많은데 영어에 그 이상 시간을 쓰지는 못하겠더군요. ------------- 그후로 몇년이 지나서, 미국에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왔는데, 이건 뭐 수업들어가니까 개판인 겁니다. 학생들이 귀가 안열려서 알아 먹지를 못하니까 선생이 유치원생 한테 하듯이 예기를 하는데, 그거 듣고 생활 영어가 되겠습니까? 그래서 가만 생각하기를, 읽기는 좀 되는데 실제 원어민이 영어 하는걸 듣는건 난생 처음이라 한마디도 못알아 먹겠는게 문제더군요. 그래서 비디오 플레이어 일체형 중고 TV 한대 사다가 아침 막장 드라마 몇개 녹화 해놓고 캡션 틀어놓고 죽자고 들었습니다. 재미있는 영화나 시트콤 같은건 너무 수준이 높은 것 같아서 쉴새없이 비슷한 말만 하는 미국 막장 드라마가 딱이더군요. 편당 한 스무번씩 반복해서 들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두어달 하니까 자막 없이도 한 반은 알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 드라마는 너무 재미가 없어서 스타트랙 넥스트 제너레이션으로 갈아 탔습니다. 거기서 한 두어달 더 지나니까 화면 없이 말로만 하는 라디오도 좀 들리고 또 두세달 지나니까 이제 사람이 직접 얼굴 마주보고 하는 말도 한두마디씩 들리더군요. 또 더 시간이 지나니까 이제 전화로 예기하는 것도 들리고 그러고도 영화를 자막없이 보는데는 몇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사이 따라하다 보니까, 한두마디씩 대답 하다 보니까, 스피킹도 되더군요. 그러면서 책도 보기 시작했습니다. 할리 퀸이라고, 야한 씬 좀 많이 나오는 저질 로맨스 책들 값도 싸고 끊임 없이 있더군요. 그거 읽으면서 영어 독해실력, 나아가서 스피킹 실력 익혔습니다. 제 영어이름도 거기서 픽업했습니다. 길고 숱 많은 금발 머리에 정력 끊임없이 샘솟는, 침대에서는 짐승이지만 영국 귀족이면서 지적인 주인공... 그다음에는 대학에서 영어 수업들으면서 영작 계속 배우고. 그게 제가 영어 공부한 방법입니다. 지극히 개인 적인 의견을 한마디 붙이자면, 한글로 된 영문법 책도, 영어로 된 영문법 책도 다 방향이 틀렸다고 봅니다. 영어를 아직 할줄도 모르는데 문법을 왜 공부합니까? 그건 영어 작문도, 회화도 좀 된 다음 더 수준을 높일 때 공부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영어로 된 책을 봐야겠죠. 사실 그런 상황에서도 문법책은 볼 필요 없습니다. 저역시 성문종합영어 한번 쳐다보고는 치워버린 이후, 이날까지 문법책을 공부 한 적은 없습니다. 나중에 대학에서 영어 작문수업 들으면, 선생님이 빨간펜으로 수십군데 고쳐놓은거 보면서 그때 저절로 배워 집니다. 미국에서 미군이랑 결혼해서 이민온 술집 여자들 영어 기깔나게 잘하는 아줌마들 많이 봤습니다. 제대로 읽고 쓸줄도 모르는데 하여튼 영어 회화는 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