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등지에서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차린 뒤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러 온 일당이 '월 300만원 보수', '근무시간 음주 금지' 등 기업과 유사한 형태로 조직을 운영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2단독(이동욱 부장판사)은 범죄단체가입, 범죄단체활동,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26)에 대해 지난 14일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 2018년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필리핀 마닐라에 차려진 보이스피싱 콜센터에서 이른바 '상담원'으로 적극 활동했다. 김씨가 속한 보이스피싱 단체는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는 미끼 문자와 거짓 전화 상담을 통해 수천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김씨를 포함한 상담원 4인은 미끼 문자에 속은 피해자들에게 새마을금고 직원 사칭 전화를 걸어 '대출 신청을 위해선 새마을금고 앱을 깔아야 한다'며 악성앱을 설치하도록 꼬드겼다. 또 "기존 대출금을 상환해야 대출이 가능하다"며 사전에 마련한 거짓 계좌로의 송금을 유도했다. 이 단체의 조직적 범행에는 총책 A씨의 치밀한 준비가 큰 영향을 미쳤다. A씨의 조직은 소위 '사장'인 A씨, 김씨를 포함한 상담원 4인, 악성앱 개발자, 대포통장 계좌를 마련한 이른바 '장집' 조직원 등으로 구성됐다. 대규모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A씨는 지난 2018년 12월 책상, 노트북, 전화기, 공유기 등을 직접 구비해 필리핀 소재 2층짜리 단독주택을 사무실로 차렸다. 생필품을 마련해 숙식도 가능하게 했다. 이어 상담원들에게는 "항공권도 주고 숙식도 제공하겠다"며 조직에 가입시켰다. 또 성공금액의 15~20%를 보수로 약속했다. 악성앱을 개발한 조직원 B씨에게는 월마다 약 250~300만원에 달하는 거액의 '수고료'를 지불했다. 단체는 일반 기업을 연상케 할 정도로 철저한 조직 강령을 세우기도 했다. 필리핀에 위치했지만 국내인을 범죄 타겟으로 둔 만큼 한국시간 기준 평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를 근무시간으로 설정했다. 총책 A씨는 △서로 가명만 사용할 것 △늦게까지 술 마시지 말 것 △업무시간 잘 지킬 것 △근무시간에 돌아다니거나 눕지 말 것 등을 조직원 행동 강령으로 정해 통솔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조직적·계획적·지능적으로 필리핀 범행조직에서 '유인책' 내지 '상담원'으로 국내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기망하는 역할을 했으므로 하위 조직원보다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관련해 경찰은 김씨 단체와 같이 총책, 중간 관리자, 상담원 등으로 각자 역할이 세분화된 보이스피싱 조직에 범죄단체가입·활동죄를 적용하고 있다.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될 경우 형량이 높아져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단체조직죄 규명은 피의자들 간 지위 및 조직체계에 대한 구체적 입증을 해내는 것이 관건"이라며 "특히 실질적 지휘 통솔 체계를 꾸린 조직상선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올 11월까지 조직 내 상선급 피의자 검거인원은 62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6% 증가했다. 검거된 범죄조직 콜센터가 위치한 국가별로는 중국(57.9%), 필리핀(26.3%) 순이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4/0004947188?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