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항공 당국의 관제 시스템이 마비돼 필리핀 상공을 지나려던 항공기가 무더기로 회항하고 있다. 항공기 추적 사이트 'flightradar24'에 오후 2시 40분에 표시된 항공편들. 필리핀 상공만 운항 중인 항공기가 없는 상태다. 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부터 필리핀의 항공 관제 시스템이 통째로 마비됐다. 비행 안전에 대한 정보를 공지하는 ‘항공고시보(NOTAM)’에도 이날 오전부터 관련 내용이 전파되기 시작했다. 마닐라 접근 관제소가 사용하는 121.1MHZ, 124.8MHZ 등을 비롯해 120.5MHZ, 119.3MHZ, 118.9MHZ, 132.5MHZ 등 대부분의 주파수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전이 원인이라는 현지 언론 보도도 나오고 있지만,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필리핀 항공 당국은 “기술적 문제(technical issue) 때문”이라고만 설명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필리핀 상공을 지나야하는 국제선 항공기들의 무더기 회항이 이어지고 있다. 항공기들은 비행할 때 항공기간 분리와 충돌 방지 등을 위해 관제소의 지시를 받아야하는데, 필리핀 상공에서 관제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0시 10분 인청국제공항을 출발해 필리핀 상공을 경유해 베트남 호치민으로 가려던 대한항공 467편의 경우 동중국해까지 진입했는데도 인천공항으로 다시 돌아와야했다. 말레이시아로 가려던 가루다 항공 등 일부 항공편도 대체 항로를 찾기까지 서해 상공에서 대기해야 했다. 베트남 호치민행 대한항공 467편의 항적. 동중국해까지 갔지만 필리핀 영공 진입이 안 돼 인천공항으로 회항했다.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관제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필리핀 영공 통과가 불가능한 상태”라며 “이륙했던 항공기를 일단 인천공항으로 되돌린 뒤 다시 항공편을 띄워야할 것 같다”고 했다.